[황영미의영화산책] 되돌아올 수 없는 다리

북핵 리스크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핵미사일 관련 국제 위기는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냉전체제가 형성돼 있던 1962년에도 있었다. 미국의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날이 맑으면 바다 건너에 바로 보인다는 쿠바가 공산화되면서 사회주의 정권과 미국 간의 갈등이 유발돼 국교가 단절됐다.

그 후에도 점차 극단적으로 치달아가는 갈등 상태에서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세우는 당시 소련에 미국은 상당한 위협을 느끼게 된다. 미·소 간의 갈등이 3차 세계대전까지 촉발할 위험성까지 내재했지만, 쿠바 미사일 위기가 ‘국제분쟁 해결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 되는 것은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냉철한 외교정책의 결과로 평가된다.

영화 ‘D-13’(감독 로저 도널드슨)은 이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긴박감과 핵전쟁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화는 쿠바 상공을 정찰하던 미 공군의 카메라에 소련의 미사일기지 건설 현장이 포착돼 백악관은 비상사태에 돌입하고, 케네디(브루스 그린우드)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 고위층과 군부 장성들이 긴급대책 마련에 나서는 상황을 도입부에 제시한다. 강경파들은 전쟁을 각오하는 분위기이고, 정부 각료들은 과거의 전쟁과는 달리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우려로 어떤 정치적 판단이 옳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 완성까지 남은 13일 이전에 어떤 행동이나 결정이 돼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의지를 지닌 케네디 대통령과 법무장관이자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스티븐 컬프),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딜런 베이커), 특별보좌관 케네스 오도널(케빈 코스트너) 등은 할 수 있는 모든 외교채널과 접촉하는 등 위기 해결에 총력을 기울인다. 전쟁 일보 직전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과의 외교교섭으로 사태는 마무리된다. 영화 간간이 오도널의 꿈 속 이미지로 버섯구름의 핵폭발 이미지가 등장해 관객들은 핵전쟁의 위험성을 체감하게 된다.

영화 속 핵전쟁이 터질 뻔한 위기과정은 현재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손자병법’에는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잘된 용병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잘된 용병이다’라고 하며 전쟁을 가능하면 피하자는 병법을 강조한다. 상상 이상의 희생을 치르는 전쟁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와 같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