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들 흥미로운 오브제… 팔레트 자체”

英 팝아트 작가 줄리안 오피
“사람들이 걸을 때가 가장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상태가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도 흥미로운 오브제이고요.”

앤디 워홀 이후 가장 대중적인 팝아트 작가로 평가받는 영국 출신의 작가 줄리안 오피(59·사진)가 대규모 개인전 ‘줄리안 오피’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경기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작가는 이목구비 없는 동그란 얼굴과 굵은 윤곽선, 걸어가는 사람들의 옆모습을 그리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서울역 앞 옛 대우빌딩 외벽에 휘적휘적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투사한 그의 작품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얼굴을 그리지 않고 측면만 담아내는 이유는 그 사람이 입은 옷이나 걷는 태도 같은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한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걷는 사람들은 작가나 그림을 보는 이들과도 시선이 마주치는 일이 없고, 고대 이집트 회화 등을 봐도 옆으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는데, 굉장히 파워풀한 이미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미술관 2전시실에서 서울뿐 아니라 영국 런던, 호주 멜버른의 거리를 뛰고 걷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길을 잡아끈다. 미술관 유리 외벽에 설치된 24m 길이의 LED 파사드 또한 화성행궁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유리에 반사된 모습이 그림자처럼 보이게 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작가는 “국가와 도시별로 걷는 모습을 보면 풍부한 색이 담긴 팔레트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면서 “색상뿐 아니라 온도도 표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어떠한 느낌을 받느냐는 물음에 “딱히 국가별로 구분 지으려 하지는 않지만, 작업을 위해 촬영된 사진들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90%가 스타일리시하더라”고 말했다.

7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 본인도 “제 작품을 이렇게 한곳에 놓고 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작품을 망라했다. 전시는 내년 1월 21일까지 열린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