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9-27 18:30:49
기사수정 2017-09-27 22:44:12
유네스코, 주변 왕릉 복구 권고 / 체육계 “한국 스포츠 요람” 반발 / 등록 문화재 신청… 재심사 주목
27일 진천선수촌 개촌과 함께 태릉선수촌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1966년 문을 연 태릉선수촌 존치·철거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2009년 유네스코는 태릉선수촌 양옆의 조선왕릉인 태릉(조선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의 능)과 강릉(조선 명종과 인순왕후의 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며 훼손된 능역을 복구하라고 권고했다. 원래 붙어 있던 두 능 사이에 태릉선수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선수촌 철거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체육계는 한국 엘리트 체육의 요람이며 한국 체육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태릉선수촌 철거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세계유산과 태릉선수촌이 공존하는 방안으로 ‘등록문화재 신청’이란 돌파구를 마련했다. 등록문화재 제도는 국가나 시·도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엄선하는 지정문화재 제도의 보완책으로, 50년 이상 된 문화적 산물에 한해 문화재 등록 신청이 가능하다. 태릉선수촌이 근·현대 체육사의 실질적 증거로서 조선왕릉 보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체육회는 2015년 7월 태릉선수촌 내 숙소와 체력훈련장 등 8개 시설을 문화재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지난해 3월 문화재청은 등록 심사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체육회는 지난해 7월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현재 재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체육회는 최근 태릉선수촌 문화재 지정을 위해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태릉선수촌 존치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진천 시대 개막 후 태릉선수촌 활용 방향 학술 용역, 존폐 관련 대국민 여론조사,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로부터 선수촌 관련 에피소드를 수집하는 ‘스포츠인 스토리뱅크 사업’ 등이 골자다. 이 회장은 “내년에도 태릉선수촌 유지·보수 예산이 잡혀 있다. 무조건 철거하기보단 유지·활용하는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