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09-28 19:15:32
기사수정 2017-09-28 19:15:32
⑦ 인천공항세관 탐지 현장 르포 / 특송물류센터 개통… 적발량 40% 늘어 / X선 판독기 12대 연간 2700만건 소화 / 국제 마약조직 한국 경유 밀반입 확대 / 유통경로 복잡·다변화… 경계태세 고삐 / 새 물질 발견 땐 검증 ‘임시마약류’ 지정 / 마약탐지견 13마리 운용 ‘뛰어난 활약’
“특송물류센터에서 마약류가 섞인 화물을 적발하기 위해 3단계의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12년 연속 세계공항 서비스 평가 1위를 지키고 있는 인천공항의 특송물류센터는 매 순간 마약류를 비롯한 각종 사회안전 위해물품을 적발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새로 도착한 비행기에서 인계된 수하물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X선 판독기로 쉴 새 없이 빨려 들어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연간 수백만의 화물을 처리하고 있지만 정보기술(IT)와 같은 각종 기술의 발달과 해외 직구 등 배송의 간편화로 인해 위해물품의 운송 또한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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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특송물류센터에서 마약탐지견이 각종 화물에 마약류가 포함됐는지 살피고 있다. |
◆간편해진 마약 배송, 특송물류센터 대응 분주
28일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공항 특송물류센터는 마약류가 섞인 화물을 걸러내기 위한 3가지 방지 장치를 갖추고 있다.
첫째는 각종 범죄 데이터베이스(DB)와 첩보 등을 종합한 정보분석시스템을 통해 마약류 관련 범죄 이력이 있는 국가와 사람 등을 걸러낸다.
국가 간 공조가 활발해지고 범죄와 관련한 정보가 늘어나는 가운데 분석기법 또한 고도화하고 있다. 마약류와 관련한 국제 범죄 동향을 살피는 한편 미래에 대한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에 특송물류센터 외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큰 단계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마약류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면서 관련 범죄자들이 캄보디아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며 “관련 국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송화물에 대해 마약류 적발과 관련한 주된 처리가 이뤄지는 단계는 X선 판독이다. 모든 화물을 자동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X선 판독기 덕분이다. 지난해 특송물류센터가 각종 설비를 확충하면서 X선 판독기 12대를 갖추고 자동분류시스템이 설치된 덕분에 연간 2700만여건의 특송물품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연간 최대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은 5000만건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마약류가 섞인 것으로 의심되는 화물은 직접 뜯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범죄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송품에 손상을 주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세관 공무원과 화주 측이 함께 진행하게 된다.
이 같은 3단계를 거쳐 정부가 마약류로 지정한 물질들이 걸러진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물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다. 화학적 구조가 마약류와 유사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세관의 분석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보내 확인을 거쳐 임시마약류로 지정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특송물류센터가 각종 장비를 확충하는 등 관리 능력을 높인 결과 지난해 특송물류센터가 개통되기 전보다 마약류 등 각종 위해물품 적발이 40%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약류와 관련한 국제적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마약류의 밀반입 등 유통 경로가 복잡·다변화하면서 인천공항 측은 경계 태세의 고삐를 더욱 움켜쥘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이 연간 처리하는 화물은 지난해 271만으로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제2여객터미널과 계류장, 화물터미널 등이 확충되면 처리량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전체 처리량이 늘어나는 만큼 마약류가 포함된 화물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마약청정국’으로 알려진 상황이 범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에서 배송된 화물이라면 중국이나 아프가니스탄, 동남아시아 국가 등을 거친 화물에 비해 의심의 눈초리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질 수 있는 만큼 마약류가 포함된 화물이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추세 또한 짙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탓에 국제 우편과 해외 직구 등을 통해 밀반입된 마약류가 적발된 건수는 2012년 232건에서 지난해 382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에는 6월 기준으로 이미 214건이 적발됐다.
◆공항 곳곳 활약하는 마약탐지견
마약류가 섞인 화물을 찾아내기 위해 첨단장비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마약탐지견도 특송물류센터와 입국장 등 공항 곳곳에서 마약류 적발에 한몫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공항 내에서 활약 중인 탐지견은 총 15마리로 국내 전체(32마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마약탐지견은 13마리이고 폭발탐지견과 총기탐지견이 1마리씩이다.
마약탐지견은 1마리당 하루 평균 비행기 4∼5대 분량의 화물 및 여객을 살핀다. 이들의 업무는 입을 벌린 채 쉼없이 계속 냄새를 맡는 방식이다 보니 피로도가 매우 높아 30분 근무 후 2시간 휴식하는 게 보통이다. 주어진 업무 시간 동안 화물 곳곳을 살피던 마약탐지견이 갑자기 앉는다면 마약류를 포착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마약탐지견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7년 미국에서 폭발물탐지견으로 처음 도입됐고 1990년부터 마약탐지견으로 본격 운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1년 9월에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탐지견을 양성하기 위해 인천 중구에 관세청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가 문을 열었다. 해외에서는 1969년 호주에서 최초로 마약탐지견을 운용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일부 마약류를 합법화한 국가에서 우리 국민이 체류하다가 마약류를 투약하는 경우도 국내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며 “마약류는 중독성 및 의존성이 매우 강한 만큼 접촉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천공항=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