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의인문상식] 목표와 수단

현대인들은 합리적 사고를 한다고 자부 / 건강의 역설에 놓이면 주술적 사고도
사람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한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자 하면 요일별로 공부 계획을 짜는 식이다. 그 계획대로 공부를 하면 목표에 다가서게 되리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대인의 일상적인 반응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즉 합리적인 수단을 설정하여 지금 여기에 주어진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만약 공부는 하지 않고 신에게 좋은 성적을 달라고 빌기만 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방식을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기도할 수는 있지만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기도만 하는 것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합리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가 합리적인 수단을 통해 합당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반면 목표가 합당하더라도 방법이 전혀 불가능하다거나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목표에 매달리면 주술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한다. 현대인은 스스로 주술적 사고를 벗어나 합리적 사고를 한다고 자부한다.

우리는 과연 매사에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하고 있을까. 건강을 실례로 이야기해보자. 사람이 건강해지려면 운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누구라도 잘 알고 있다. 운동을 하려면 가장 먼저 시간이 필요하다. 운동에 시간을 내려면 일을 하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일하지 않은 시간을 모두 운동에 투자할 수 없으므로 시간의 안배가 필요하다.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모두 건강해지고 싶지만 운동에 들일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시간만 있으면 운동할 텐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여기서 건강의 역설이 생겨난다. 즉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운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건강의 역설에 놓이게 되면 다음과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하지만 나중에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꼭 운동할 터이니 그 사이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바랄 수 있다. 또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아 불안하니까 건강보조식품이나 약물을 복용하며 자신은 건강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두 가지는 현대인이 건강의 역설에 대응하는 상투적인 반응이다. 이 반응이 과연 공부하지 않고 기도해서 좋은 성적을 바라는 학생의 입장과 다를까. 최소한 이것만 하면 건강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대고 있으므로 과연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반응과 믿음은 현대인이 기피하고자 하는 주술적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의 경우 현대인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하루에 운동으로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 운동의 시간이 없다면 시간은 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서 없는지 아니면 아예 휴식 시간 자체가 없는지 따져야 한다. 전자라면 개인이 우선순위를 조정하면 해결되지만 후자라면 개인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사회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운동의 시간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건강이라는 합당한 목표를 위해 합리적인 수단을 설정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주술적인 사고를 벗어나 사태를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판단하려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