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0-02 20:23:33
기사수정 2017-10-02 20:37:52
서울의 4년제 공과대학을 졸업한 김모(28)씨는 졸업 후 1년6개월만에 중견기업에 취업했지만, 1년이 채 안돼 회사를 그만뒀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회사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급여도, 맡은 업무도 생각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좀 더 공부하기 위해 올 초 유명 사립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갔다.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지만, 김씨처럼 어렵게 취업 문턱을 넘고나서 단기간 내에 퇴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청년들이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간 첫 직장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그토록 원하던 첫 직장을 스스로 빠르게 나가는 이유는?’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첫 직장에서 1년 이내 이직하는 청년은 전체의 36.2%로 집계됐다. 10명 중 3∼4명은 1년 내에 회사를 옮기는 셈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이직률은 40.2%, 여성은 32.9%로, 남성이 더 높았다.
이 연구는 2007년 기준 만 15∼29세 청년 표본으로 선정된 1만206명을 대상으로 학교생활, 사회·경제활동, 가계배경 등을 매년 추적조사한 청년패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배경으로 남성은 임금수준과 인간관계, 여성은 임금수준과 직장 내 안정적 지위 즉 정규직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첫 직장 이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임금수준이었다. 다른 모든 조건이 평균 수준인 사람이 첫 직장 월평균 실질임금을 10만원 덜 받았을 때 남성의 이직확률은 1.3%, 여성은 0.9% 각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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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수준에 따른 첫 직장 1년이내 이직률 *이직률은 다른 모든 변수가 평균수준일 때, 첫 직장의 임금의 변화에 따라 계산된 값. <자료=한국노동연구원> |
특히 남성이 여성보다 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첫 직장의 급여가 현저히 낮을 때 남성의 이직률이 여성보다 훨씬 높고, 급여가 높아지면 여성보다 이직률이 낮았다. 월평균 실질임금이 100만원인 경우 남성의 1년 이내 이직률이 32%로 여성(24%)보다 높지만, 월 195만원에서 역전현상이 벌어져 월 200만원 이상부터는 여성의 이직률이 더 높아졌다.
인간관계에 대한 만족도는 남성 표본에서만 유의미한 영향을 보였는데, 인간관계에 불만족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이직률이 7.5% 높았다. 이직하지 않은 남성의 70.3%는 직장내 인간관계에 만족하고 있는 반면 이직한 남성의 경우 47.3%만 인간관계에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첫 직장에 입사하기까지의 준비기간 역시 남성에게만 영향이 나타났는데 준비기간이 1개월 길 때 이직확률은 0.1%만큼 줄었다.
교육수준의 영향 역시 남성 표본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문대졸과 대졸 이상 남성은 고졸 남성에 비해 이직률이 각각 약 13% 낮았다. 높은 교육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선점하고 있는 집단에서 이직의 단점을 보완할만한 조건의 대체 일자리를 단기간에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규직 여부는 여성에게서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여성이 이직률이 정규직 여성에 비해 5.8% 높았다. 이직을 결정하는데 있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직장 내에서의 안정적인 지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업무와 교육수준의 적합도는 남녀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 첫 직장의 업무수준이 자신의 교육수준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직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6.8% 높게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김종욱 연구위원은 “이직이 청년층의 노동시장 성과에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입직 후 단기간 내 이직은 개인의 경력개발 지연 또는 단절을 초래하고 기업의 초기 훈련비용의 중복 발생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