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메르켈 집권 4기 최대 이슈도 ‘난민’

기사당과 상한선은 설정 않기로/연간 20만명 수용 기본원칙 합의/자민·녹색당과 연정 협상 앞두고/협상과정서 정책 수정될 가능성
지난달 독일 총선 승리로 4연임을 확정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집권 4기 최대 이슈도 난민 문제가 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10시간이 넘는 비공개 회의에서 집권 기독민주당(기민당)과 기독사회당(기사당)은 연간 20만명가량의 난민을 받아들이되 상한선은 설정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당은 수십년간 함께 집권했는데, 독일 정부가 89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2015년 이후 기사당은 난민정책 강화를 요구해 왔다.

호르스트 제호퍼 기사당 대표는 특히 난민을 대대적으로 허용하면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득세하기 시작했다며 ‘한해 독일 유입 난민 20만명 상한’을 주장해 왔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하지만 정치적 망명자를 수용하도록 하는 헌법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 왔다.

AFP는 “제호퍼 대표가 원한 ‘확고한’ 상한이 아닌 ‘유연한’ 상한으로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독일로 유입된 난민이 지난해 28만명으로 줄어든 것은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확산한 반(反)난민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독일 유입 난민은 유엔과 유럽연합(EU)의 난민 관리 강화 등의 이유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기민·기사 연합이 합의한 난민정책이 연정 협상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자유민주당 및 녹색당과의 ‘자메이카 연정’ 협상을 공식화했는데, 상한을 두고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해 온 녹색당과의 협의에 있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녹색당 측은 이번 합의에 대해 “기민당과 기사당 간 합의일뿐이고 연정 협상 내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난민정책의 이견이 좁혀져 연정이 꾸려지더라도 지난 총선에서 100석 가까이 차지하며 제3당으로 우뚝선 극우정당 AfD와 의회에서 격돌할 전망이다.

2015년 독일 등 유럽에 불어닥친 반난민 정서에 기대 세를 불린 AfD는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선 경찰에게 총기 사용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거나 “모든 이슬람 성직자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