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정의 원더풀 페스티벌] 구름인 듯… 눈밭인 듯… 한여름 온통 하얀 세상

스위스 엥겔베르크의 티틀리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8번 교향곡이 스위스 루체른의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다. 소프라노를 비롯해 수많은 독창과 합창,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지면서 천상에 대한 찬미와 인간에 대한 구원의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1910년 초연 당시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원되면서 ‘천인(千人) 교향곡’이라고 불리게 된 이 곡은 현대에 와서도 웅장한 스케일과 다양한 연주기법 등으로 어려운 공연으로 유명하다.

루체른 페스티벌을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만들었던 아바도가 2014년 타계하고 2016년 그의 수제자라는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봉을 잡았다. 스승의 명성을 잇기 위해 그가 선택한 곡은 말러의 8번 교향곡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클래식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말러가 하늘의 계시를 받은 듯 써내려갔다는 교향곡은 리카르도 샤이의 지휘봉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공연이 끝나고 어둠이 내려앉은 루체른 시내를 걸어 호텔로 돌아오는 내내 천상의 음악 같았던 공연의 감동이 온몸을 감싸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도 꿈인 듯 아닌 듯 교향곡의 선율이 머리와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신발을 벗은 발에 닿는 찬바람에 잠이 깼다. 잠시였지만 낮잠을 즐기니 몸이 한결 개운하다. 피곤을 덜어내고 짐을 주섬주섬 챙겨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오르기 전과는 다르게 주차장은 대형 버스와 다양한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루체른으로 되돌아오는 길 내리쬐던 태양은 한풀 꺾이고 파란 하늘은 노을로 물들기 시작한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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