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류한류] 과자 훔친 공시생 협박… 마트 ‘합의금 장사’

“너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지?”

지난해 9월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을 시험 준비하던 A씨는 학원 근처에 있는 마트에 잠깐 들렀다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6000원 상당의 과자를 고른 후 몰래 가게를 빠져나가려던 순간이었다.

A씨를 불러 세운 사람은 이 마트 직원 중 한 명이었다. 폐쇄회로(CC)TV를 보던 중 과자를 훔쳐 달아나려는 A씨를 발견한 것이다. 이어 다른 직원 두 명이 다가와 A씨를 사무실로 데려갔다. 이들은 A씨에게 “신고해 공무원 시험을 못 보게 해주겠다”며 합의금으로 300만원을 요구했다. 공무원 합격을 고대하던 박씨는 이들에게 300만원을 주고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피해자는 A씨뿐만이 아니었다. 마트 주인 박모(73·여)씨가 아들 김모(48)씨와 직원들에게 “합의금의 10∼30%를 나눠주겠다”며 협박을 지시한 것이다. 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2월부터 지난 8월까지 44명의 공시생과 학생을 협박해 이 중 29명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3030만원을 챙겼다. 반면 피해자들이 마트에서 훔친 물건 값은 9만8000원에 불과했다. 피해자 중에는 250원짜리 과자를 슬쩍했다가 물건값의 2000배에 달하는 50만원을 뜯긴 대입 재수생도 있었다. 박씨 등은 “노량진 인근에서 학생들을 협박해 돈을 벌고 있다”는 말을 듣고 수사에 나선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13일 공동공갈 등의 혐의로 박씨 등을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