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30여 년 만에 만나는 ‘블레이드 러너’ 이야기

지난 10월 12일에 개봉된 ‘블레이드 러너 2049’(감독 드니 빌뇌브, 2017)는 1982년에 개봉된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의 속편이다. 오늘은 35년 만에 2편으로 돌아온 ‘블레이드 러너’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전 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누군가의 눈동자 클로즈업으로 시작되는 1편과 2편 사이 영화 속 미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이번 ‘블레이드 러너’는 어떻게 보면 네 번째 버전이다. 1편이 1982년 최초 개봉 버전, 1992년 디렉터스 컷 버전, 2007년 파이널 컷 버전으로 세 번에 걸쳐 공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최초 버전은 개봉되지 않았고, 1992년 디렉터스 컷 버전이 ‘서기 2019 블레이드 러너’라는 제목으로 1993년 5월에 개봉된 바 있다.

블레이드러너 스틸(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속 세계에서는 2019년에서 2049년으로 30년의 시간이 흘렀다.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블레이드 러너는 도망친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를 쫒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전엔 리플리컨트 중 넥서스 6 세대를 추격했는데, 지금은 넥서스 8 세대를 추격하고 있다.

30년 전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도 그 사이 많은 일들을 겪은 듯하다. 전직 블레이드 러너와 현직 블레이드 러너의 만남이 성사되는 데, 이들은 동료일까, 적일까?

인간과 리플리컨트는 여전히 공생, 공존하고 있지만, 차별은 더 심해진 것 같다. ‘skinner’, ‘skin job’ 등으로 불리며 무시당하지만, 구 버전보다 ‘착하게’ 거짓말도 못하게 제작된 새 버전 리플리컨트들은 순응하며 지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리플리컨트를 ‘real’이라 부르며 부러워하는, 오디오나 홀로그램의 형태로 소통이 가능한 AI들도 있다.

30년 전에 이미 사라진 LA의 태양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하염없이 내리던 굵은 비는 30년이 흐른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종종 폭풍과 폭설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지구의 기후는 더욱 악화된 듯하다.

우주 식민지 개발과 유지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우주 식민지 오프 월드에 가지 못하고, 지구에 남겨진 일종의 루저 지구인들은 좋게 말하면, 다양한 인종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며 지내고 있다. 좀 삐딱하게 말하면, 빈민가를 이루며 살고 있다. 건물들은 더 높아졌지만, 더 삭막해졌다. 1편의 밤 장면에서 매혹적으로 다가오던 고층 빌딩의 불빛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내후년 2019년이 되면 과연 날아다니는 비행 자동차가 상용화, 대중화가 될지 몰겠지만, 2049년에서도 자동차들은 날아다니고 있다. 최신 장비인 듯 구식 장비처럼 보이는 각종 수사 장비들은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등장하는데, 미래적이면서 과거적인 느낌의 건축물, 소품 등은 변함없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영화의 세계관과 비주얼적인 면에서 1편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를 유지하면서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1편에서 30년 정도 흐르면 저 정도로 변화했을 것 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1982년 혹은 1992년 버전의 ‘블레이드 러너’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그 사이 영화 속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목격하는 재미가 클 것이다. 세상은 과연 그나마 좀 나아졌을까?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 자체가 낯선 관객들이라면, 빠른 리듬감에 다양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는 요즘의 SF영화와의 좀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82년만 해도 낯설어서 두려운 DNA 개념이 어느새 익숙한 요즘이다. 그 사이 복제동물들도 탄생했고, 관련 실험과 윤리 논란 등을 통해 의견 수렴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 속 세계와 영화 밖 세계를 이어가면 본다면, 여러 의문과 생각에도 빠지게 되는 영화가 바로 3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블레이드 러너 2049’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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