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정치적 중립성 초점?… 법무부 공수처안 논란

공수처장, 국회가 선출… 검사·수사 인원도 대폭 축소 / ‘개혁위 권고안’ 비해 정치적 중립성 강화에 초점 / 국회서 임명 절차 주도 / 임기·수사 대상도 줄여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안을 스스로 마련해 선보였다. 앞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과 비교해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공수처 규모는 대폭 줄인 점이 특징이다. 법무부는 이 안을 놓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격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5일 공개된 법무부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수처장 임명 방식이다.

개혁위 권고안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한 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한 것과 달리 법무부안은 후보 2명을 놓고 국회가 선출하도록 했다. 공수처장 임명권을 사실상 국회에 넘긴 셈이다. 법무부는 “공수처장이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의 공수처장 선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법무부안은 이 경우 대통령이 후보 2명 중 한 명을 지명해 청문회를 거쳐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법무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과 국회가 뽑은 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하도록 해 역시 국회의 우위를 보장했다.

공수처 규모도 개혁위 권고안보다 확 줄어들었다. 검사 50명, 수사관 70명으로 ‘슈퍼 공수처’란 우려가 제기된 점을 감안한 듯 법무부안은 검사 숫자를 25명까지로 제한하고 수사관 숫자도 50명으로 축소했다. 공수처 검사 임기 역시 3년으로 개혁위 권고안의 6년에 비해 훨씬 짧아졌다.

법무부는 “특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과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 검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다만 검사의 절반 이상은 검찰청 검사 경력이 없는 법조인 중에서 뽑도록 한 점은 개혁위 권고안과 같다.

공수처가 ‘고위공무원 감시기관’이 될 것이란 공직사회의 불안감을 반영해 수사 대상 또한 축소했다. 개혁위 권고안은 중앙부처의 2급 이상 고위공무원단 전체를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으나 법무부안은 정무직 공무원만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개혁위 권고안이 퇴직 후 3년 이내 고위공무원도 수사 대상에 넣은 것을 두고 ‘지나치게 범위가 넓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만큼 법무부안은 ‘퇴직 후 2년 이내’로 범위를 좁혔다.

현직 대통령을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다만 헌법 84조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해 아무리 공수처라도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피의자로 입건해 여러 차례 대면조사를 요구하고 심지어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시도했으나 매번 무위에 그쳤다. 대통령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수사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공수처가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무부안은 공수처 검사의 비리 의혹은 검찰이 전속관할권을 갖고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검찰청 검사의 비리 의혹은 공수처가 전속관할권을 갖고 수사토록 했다.

앞선 개혁위 권고안은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무원을 수사하는 경우 반드시 공수처에 통지하도록 의무화해 검경의 반발을 샀다. 법무부안은 이 같은 통지 의무를 폐지했다. 다만 공수처 요청이 있으면 검경은 고위공직자 수사를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양승조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각각 대표로 발의한 공수처 관련 법안 3건이 계류돼 있다. 법무부는 자체 공수처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내는 정부입법 형식은 취하지 않기로 했다. 의원입법으로 하되 법무부가 법사위 의원들과 긴밀히 의논해 정부 입장을 법안에 최대한 반영시키겠다는 것이다.

김태훈·김건호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