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와 니코틴 함량이 적다면서 '순하다'고 광고하는 담배는 과연 우리 몸에 덜 해로운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담배에 표기된 유해물질 함량은 실제 흡연자가 흡입하는 양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아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7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간하는 금연이슈리포트 최근호에 따르면, 흡연자들의 흡연습관을 반영해 타르 검출량을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 흡연자가 타르 저함량(0.1㎎) 담배에서 실제로 흡입하는 타르의 양은 표기된 함량의 최대 95배(9.5㎎)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도 "저함량 담배가 비흡연자의 흡연을 유도하고, 흡연자들을 금연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순한 담배'의 허와 실
저함량 담배가 일반 담배와 유해성에서 별 차이가 없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먼저 흡연자들은 체내에 일정 수준의 니코틴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중독상태라 일정량을 채울 때까지 담배를 피워야 금단현상이 없다.
이들이 만약 저함량 담배를 선택했을 경우 담배연기를 더 깊게 들이마시고, 더 많이 흡연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흡연자를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저함량 담배를 피울 때 '일반 담배보다 더 세게 혹은 더 깊이 흡입한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 이상(59.2%)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은 '일반 담배보다 더 자주 피우게 된다'고 응답했다.
니코틴 함량이 적은 담배(0.35mg 미만)를 피우는 흡연자와 함량이 높은 담배(0.35mg 이상)를 피우는 흡연자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니코틴 의존 점수나 내쉬는 숨 중 일산화탄소 농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안전한 수준의 흡연은 없다"
다른 이유는 담배 연기 성분 측정 방법의 한계다.
보통 담배 연기 성분 측정은 기계로 이루어지는데, 저함량 담배는 필터에 조그만 천공(구멍)을 만들어 외부 공기가 유입되어 농도가 희석된다.
하지만 실제 사람이 흡연할 땐 입이나 손으로 필터의 천공이 쉽게 막힐 수 있어 기계로 측정한 함량보다 많은 양의 유해성분을 흡입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안전한 수준의 흡연은 없다'는 NCI의 발표를 인용하면서 "중요한 것은 함량이 아닌 유해성분"이라며 "담배 제품 성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분의 유해 정보는 소비자들에게 가감 없이 공개해 정확하고 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성분 정보가 제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도록 내용의 표기 등도 규제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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