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0-16 21:23:40
기사수정 2017-10-16 22:30:35
‘우파’ 국민당 31% 득표… 1당 등극 / 극우 자유당 2위, 집권 사민당 3위/ 17년 만에 ‘우파 연립정부’ 예고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우파 연립정부의 등장이 기정사실화한 오스트리아 총선 결과는 ‘난민 문제’가 결정타였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전날 총선을 치른 오스트리아가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면서 중도 좌파인 집권 사민당이 제기했던 ‘부의 재분배’나 ‘실업과의 전쟁’은 총선 이슈에서 밀려나고 중도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이 집중했던 ‘난민 문제’가 쟁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총선 개표를 거의 마친 상황에서 국민당이 득표율 31.4로 1위를 차지하고 자유당이 27.4, 사민당이 26.7로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183석 중 국민당이 61석, 자유당이 53석을 차지하고 사민당은 52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당은 현재 연립정부 파트너인 사민당을 버리고 자유당과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간 가디언도 31세의 국민당 대표인 제바스티안 쿠르츠가 총리로 취임할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로 정치의 중심이 오른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총선 기간 등장한 쿠르츠 비방 ‘가짜 뉴스’를 사민당 관계자가 만든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당과 사민당이 다시 연정을 꾸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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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가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당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빈=AP연합뉴스 |
작년 대선에서 결선투표에 후보조차 못 냈던 국민당은 쿠르츠가 당 대표를 맡은 뒤 지지율이 급상승해 여론조사에서 줄곧 30%대 지지율로 1위를 달렸다. 연정 외무장관인 쿠르츠는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걸고 지중해 난민루트 폐쇄, 난민복지 축소 등을 약속하며 우파 유권자들을 결집해 ‘분더부치’(능력자), ‘원더보이’, ‘선거의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쿠르츠는 2003년 국민당의 하위 기구인 청년 국민당 당원으로 정치에 발을 디뎠고 2008년부터 4년간 의장을 맡았다. 그는 이 기간 두 번의 의장 선거에서 99%, 100%의 기록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교사인 어머니와 기술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쿠르츠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중단하고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빈 시의회 의원, 내무부 소속 사회통합 정무차관 등을 거친 그는 2013년 총선에서 높은 지지율로 의회에 입성했고 27세에 외무장관에 올랐다. 그는 2015년 난민의 이동 경로였던 ‘발칸 루트’ 폐쇄를 주도해 ‘강철심장’, ‘작은 독재자’, ‘극우의 엑스맨’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3위로 처음 원내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도 우파가 승리함에 따라 유럽의 정치 지형은 오른쪽으로 더 기울게 됐다. 아울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이어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에서 EU 난민정책에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스트리아 총선 결과는 EU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