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의 저주' 끊어라] 스키점프대 밑에 풀장 설치 … 사계절 내내 관광객 ‘북적’

개최지 선정 전부터 ‘통 큰 도박’ / 스포츠 공원 사전 건립 ‘치밀한 준비’ / 20만 시민들 ‘올림픽 공동체’로 결속 / 자원봉사 등 도맡아 비용절감 효과 / 경기장·시설 사후 활용도 100% / 암벽등반 등 여름 레저 접목 '역발상' / 매년 관광객 60만명… 쏠쏠한 수입원 / 빙상 종목 일반인 지도 프로도 인기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다음 해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조직위원회(SLOC)는 어느 때보다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해 동계 스포츠를 테마로 한 ‘스포츠 공원’을 유타주 세금으로 조성한 뒤 해당 비용을 추후 마련될 올림픽 펀드와 사업 수익으로 갚겠다는 안을 제시해 유타주 당국이 통과시켰다. 언제 열릴지도 모르는 올림픽을 ‘담보’로 잡은 셈이다. 하지만 기약 없는 올림픽을 앞두고도 스포츠 공원 설립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992년 스키점프대 4대(18·38·54·90m)가 첫선을 보인 뒤 1994년에는 봅슬레이·루지 트랙 공사에 착수했다. 올림픽 개최가 무산된다면 비용뿐 아니라 시설까지 그대로 놀릴 뻔한 ‘통 큰 도박’이었다. 가슴을 졸인 SLOC 관계자들은 마침내 1995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솔트레이크시티가 확정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세계적인 스포츠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파크시티는 이렇게 탄생했다.

◆겨울 시설 여름 레저용으로 재탄생

솔트레이크시티는 몰몬교의 중심도시다. 교리에 따라 금욕을 중시하는 만큼 유흥가나 환락가가 없다. 그런데 유독 관광객의 환호와 흥겨운 분위기로 가득한 장소가 올림픽 파크시티와 유타올림픽오벌이다. 무엇보다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곳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올림픽 파크시티의 스키점프대다. 스키점프대 아래에는 간이 풀장이 설치돼 아찔한 공중곡예를 펼친 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물보라가 장관을 이룬다. 겨울 스포츠 시설을 여름 레저 활동용으로 탈바꿈한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이 외에도 올림픽 파크시티는 암벽등반 시설, 올림픽 봅슬레이 코스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대형 튜브 썰매를 타고 즐길 수 있는 스키 슬로프 등을 선보여 연간 관광객이 60만명에 달한다. 세부 종목이 17개인 여름 스포츠는 종목당 평균 가격이 1인당 20달러 수준으로 쏠쏠한 수입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철저한 빙질 관리로 유명한 유타올림픽오벌도 주차장이 대부분 꽉 찰 정도로 붐볐다. 이곳의 빙상 트랙 한편에서 미국 국가대표선수들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연습을 하고 다른 쪽에선 일반인들이 스피드스케이팅을 즐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루 스케줄이 빈틈없이 짜일 정도로 인기인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 등 5개 종목의 일반인 전용 프로그램은 미국 대표팀 출신으로 구성된 30여명의 전문 트레이너들이 진두지휘한다. 쇼트트랙 미국 국가대표로 10년 동안 활약한 제프 사이먼(28) 역시 스피드스케이팅 전담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사이먼은 “대표팀 출신이라도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서 훨씬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유타올림픽 오벌은 고도가 높아 폐활량을 늘리는 데 탁월해 선수와 일반인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오벌에는 반가운 얼굴도 등장했다. 평창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둔 한국계 미국 쇼트트랙 선수 토머스 홍(20)도 빙상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오벌은 항상 활기가 넘쳐 좋은 기운을 얻는다. 쇼트트랙 강국인 한국과 평창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솔트레이크시티=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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