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일원화' 놓고 여론전 나선 공무원들

문재인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방침을 두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국토교통부·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직접 여론전에까지 나서고 있다. 환경부 노조가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국회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 국토부 노조가 사실상 물관리 일원화 반대 의견을 밝히는 ‘맞불’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부처 간 갈등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노조가 18일 국회 앞에서 문재인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노조 제공
국토부 노조는 1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관리 일원화는 일사분란하게 추진하면 안 된다”며 “조직 통폐합보다는 협력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을 통해 해결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현재 논의 중인 국토부 수자원 업무의 환경부 이전 방식이 아닌, 물관리 기본법 제정· 관련 총괄조정기구 추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국토부 노조는 조직 통폐합 안에 대해 “수질관리를 치중하다 수량 관리에 실패해 마실 물이 부족한 시대가 도래하거나 홍수기에 과다 방류로 교량이 파손되고 도심부가 침수되는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또 “환경부가 수자원 개발 업무를 겸임하면 본연의 업무인 환경감시, 국토보존 업무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모순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토부 노조 관계자는 “오늘 국토부의 밥그릇을 지키고자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풍요로운 국토공간을 관리하는 국토부 본연의 업무가 걱정되고, 나아가 물 부족 국가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토부 노조의 기자회견을 놓고 국토부 내부에선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부가 공식화한 방침을 놓고 관계부처 구성원이 이견을 공식화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물관리 일원화 협의체’ 2차 회의에 참석한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은 “수량, 수질 등 균형있는 물관리를 위해 물관리 일원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물관리 일원화 추진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전날 환경부와 유관기관 노조는 국회 앞에서 물관리 일원화의 원활한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수질 및 수량이 이원화된 물관리 체계 속에서 물부족을 겪고 4대강 녹조로 인한 수질오염으로 국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위해 물관리 일원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