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0-21 14:05:47
기사수정 2017-10-21 14:05:47
가을이 스쳐가는 강원 태백
"추위가 등 떠밀기까지 채 한달도 머물지 않는 강원도의 가을… 짧은 동안 제 빛을 다 보여주려는 듯 더 붉고 화려한 단풍… 전쟁 땐 붉은 피로 덮였다던 피냇재·철암천변 벌써 가을로 물들었다"
여름의 무덥고 습한 바람이 완전히 사라졌다. 선선하고 청량한 가을 바람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바람 맛을 한껏 느껴보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싶어지는 때다. 조금만 더 지나면 살을 에는 찬 바람에 숨쉬기조차 거북스러워진다. 갈수록 가을의 바람 맛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단위를 나타내는 찰나처럼 가을이 지나가는 듯하다.
찰나의 가을을 대표하는 것은 단풍이다. 얼마 있으면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을 테다. 그 전에 화려하게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마치 이 찰나를 꼭 기억해달라는 것처럼 말이다.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이지만, 그중 가을이 가장 짧은 곳을 꼽자면 강원 태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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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인 추전역은 해발 855m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사다. 역에 설치된 바람개비와 단풍으로 붉게 변하고 있는 매봉산 자락의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색적이다. |
지금으로부터 약 1억5000만∼3억년 전 바다였던 곳이다. 땅이 솟구치고 뒤틀리는 지각변동으로 단절된 여러 형태의 단층을 볼 수 있고, 소금의 흔적, 삼엽충 같은 고생대 생물의 흔적이 발견됐다. 구문소를 중심으로 주위 바위절벽에 고개를 내민 나뭇잎이 노랗고 붉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구문소에는 고생대 선캄브리아기에서부터 신생대 인류의 출현과 발전을 살펴볼 수 있는 고생대 전문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추전역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855m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사다. 철암 탄광이 활황일 때는 연탄 수송을 위해 붐볐을 곳이지만, 지금은 폐역이다. 겨울이면 눈꽃열차가 운행된다. 찾는 이 없지만 역사 내엔 역장과 역무원의 제복 및 모자, 깃발 등이 배치돼 있어 역무원 체험을 할 수 있다. 역에 설치된 바람개비와 단풍으로 붉게 변하고 있는 매봉산 자락의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특색 있다.
태백=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