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찰나에 잊혀질라 온몸으로 불태운다

가을이 스쳐가는 강원 태백
"추위가 등 떠밀기까지 채 한달도 머물지 않는 강원도의 가을… 짧은 동안 제 빛을 다 보여주려는 듯 더 붉고 화려한 단풍… 전쟁 땐 붉은 피로 덮였다던 피냇재·철암천변 벌써 가을로 물들었다"

여름의 무덥고 습한 바람이 완전히 사라졌다. 선선하고 청량한 가을 바람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바람 맛을 한껏 느껴보려 크게 심호흡을 하고 싶어지는 때다. 조금만 더 지나면 살을 에는 찬 바람에 숨쉬기조차 거북스러워진다. 갈수록 가을의 바람 맛을 느낄 수 있는 때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단위를 나타내는 찰나처럼 가을이 지나가는 듯하다.

찰나의 가을을 대표하는 것은 단풍이다. 얼마 있으면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을 테다. 그 전에 화려하게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마치 이 찰나를 꼭 기억해달라는 것처럼 말이다.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이지만, 그중 가을이 가장 짧은 곳을 꼽자면 강원 태백이다.
폐역인 추전역은 해발 855m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사다. 역에 설치된 바람개비와 단풍으로 붉게 변하고 있는 매봉산 자락의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이색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5000만∼3억년 전 바다였던 곳이다. 땅이 솟구치고 뒤틀리는 지각변동으로 단절된 여러 형태의 단층을 볼 수 있고, 소금의 흔적, 삼엽충 같은 고생대 생물의 흔적이 발견됐다. 구문소를 중심으로 주위 바위절벽에 고개를 내민 나뭇잎이 노랗고 붉게 변하고 있는 중이다. 구문소에는 고생대 선캄브리아기에서부터 신생대 인류의 출현과 발전을 살펴볼 수 있는 고생대 전문 박물관이 조성돼 있다.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추전역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855m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사다. 철암 탄광이 활황일 때는 연탄 수송을 위해 붐볐을 곳이지만, 지금은 폐역이다. 겨울이면 눈꽃열차가 운행된다. 찾는 이 없지만 역사 내엔 역장과 역무원의 제복 및 모자, 깃발 등이 배치돼 있어 역무원 체험을 할 수 있다. 역에 설치된 바람개비와 단풍으로 붉게 변하고 있는 매봉산 자락의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특색 있다.

태백=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