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의 저주’ 끊어라] ‘애물단지’될 뻔한 오벌 … 설계 단계부터 ‘다목적 시설’ 염두

(5회) 사후활용 먼저 디자인한 밴쿠버 / 소도시 리치먼드의 ‘과감한 선택’ / 교외 대신 신흥주택가 인근에 짓고 / 주민 원하는 생활체육시설 등 갖춰 / 커뮤니티 공간 활용… ‘사랑방’ 역할 / 지역민 단합 이끄는 랜드마크로 / 올림픽 전부터 개방해 친근감 형성 / 年 누적 이용객 무려 100만명 달해 / 시설 사용료 수입만으로 흑자 운영 2010년 밴쿠버올림픽을 기억하는 국내 팬들에게 리치먼드는 친숙한 이름이다. 캐나다 서부 최대도시 밴쿠버의 남쪽 위성도시인 이곳에서 펼쳐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서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이 차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영광의 2010년 이후 7년 만인 지난 7월 초에 찾은 리치먼드는 예상보다 훨씬 조용한 도시였다. 깔끔하게 정돈된 도로변에 조성된 주택가는 평화로운 느낌을 줬다. 주택가 너머에는 커다란 하얀 지붕이 보이는데 바로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렸던 리치먼드오벌이다. 지금은 리치먼드 시민들의 ‘사랑방’으로 기능하는 곳이다. 거대한 건물이 가변 구조물로 칸칸이 나뉘어 다양한 생활체육시설을 품고 있고 그곳에서 리치먼드 시민들은 웃으며 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구석구석 자리 잡은 건강관리시설과 커뮤니티시설에서는 주민들이 만나 같은 도시를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일체감을 나눴다. 올림픽 열기가 가득했던 곳은 이제 지역시민들의 따뜻함으로 채워졌다.

휘슬러 전경.
여기에 휘슬러 지역에 세워진 휘슬러 슬라이딩센터, 휘슬러 올림픽파크 등의 경기장은 알파인스키 경기장으로 활용된 휘슬러 리조트와 연계해 체험형 관광지로 운영 중이다. 이미 세계적 스키리조트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 휘슬러는 이들 시설과 결합해 사계절 관광지로 성장했다. 이처럼 밴쿠버올림픽은 지역특성을 감안한 철저한 실용주의 운영으로 지역커뮤니티의 단합과 성공적 사후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리치먼드·밴쿠버·휘슬러=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