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 “음식이 몸과 마음 바꿔…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사찰음식’ 알리는 선재 스님
“음식을 해먹을 여유가 없다고요? 왜죠? 집에 부엌이 없나요? 마음먹기에 달린 거예요.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끼, 혹은 주말에 집에서 음식을 만들고 김치를 담글 수 있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 ‘음식 하나도 못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자랑이 아닙니다. 음식은 여성이나 남성이나 청소년이나, 누구나 다 만들 줄 알아야 해요. 그것은 삶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요리를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의 지혜와 즐거움, 기쁨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30년 넘게 한국 사찰음식을 지키고 알려온 선재 스님은 ‘바쁜 현대인들이 집에서 음식을 만들 여유가 없다’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좋은 음식을 직접 만들고 먹는 것을 삶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지난 13일 ‘사찰음식대향연’ 행사가 열린 경기 수원 봉녕사에 스님을 만났다. 제자들과 함께 한 점심식사 자리에는 햄과 단무지 대신 두부와 무짠지가 들어간 김밥, 찐 고구마, 신선한 과일 등에 스님이 직접 담근 물김치가 놓여 있었다. 한 입 들이켜자 심심한 맛 끝에 단맛이 올라오며 혀에 착 감긴다. “사찰식 김치에는 파, 마늘, 젓갈 대신 집간장과 차조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단맛이 나지요. 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과 외국인들도 좋아합니다.”

선재 스님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맑은 낯빛과 또렷한 눈빛, 힘 있는 목소리를 지녔다. 그러한 모습으로 “20년 전 간경화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선재 스님은

△1956년 경기 수원 출생 △1980년 경기 화성 신흥사로 출가 △수원 봉녕사 승가대학 대교과 졸업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 졸업 △전국비구니회관,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기업, 학교, 종교기관,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등 강연 △저서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2017),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2011) 등 △2016년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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