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0-23 10:37:57
기사수정 2017-10-23 10:37:57
국가정보원 적폐청산태스크포스(TF)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관련 의혹 유포·확산에 박근혜정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이르면 23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관련 정보가 서천호(사진) 당시 국정원 2차장에게 보고된 단서를 잡고 서 전 차장을 수사의뢰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최근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 사찰을 담당한 서울 서초구청의 국정원 담당직원 송모씨가 만든 관련 보고서가 서 전 차장에게 직접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13년 채 전 총장 불법사찰 혐의를 수사한 뒤 송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내린 바 있다. 당시 송씨는 “식당 화장실에서 우연히 들은 첩보를 혼자 확인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송씨의 단독 범행으로 볼 수 없다’는 심증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수사 방해 음모에 따라 국정원 상부 내지 배후세력의 지시에 따라 저질러졌을 것이 능히 짐작된다”고 적시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송씨와 서 전 차장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송씨가 작성한 채 전 총장 혼외자 관련 보고서가 서 전 차장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국정원 수뇌부가 당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관련 의혹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 향후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조만간 서 전 차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사에서 서 전 차장이 받은 보고서가 당시 청와대에까지 흘러간 것으로 드러나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사정당국 관계자는 “현재 해당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됐는지 여부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결국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