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인] '채동욱 사건' '노무현 음해'…굵어지는 국정원 꼬리

檢 ‘국정원 채동욱 혼외자 개입’ 수사… 朴정부로 확대하나 /"시계 수수 언론 흘려 망신줘라… 국정원, 盧 前대통령 음해 정황"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파문에 국가정보원 수뇌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칼날이 국정원을 넘어 청와대까지 겨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2차장 검사)은 23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채 전 총장 혼외자 사건이 국정원 지휘부의 조직적인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수사를 의뢰해옴에 따라 본격 수사에 나섰다.

앞선 검찰 수사는 국정원 지휘부의 개입을 밝혀내지 못하고 하급 직원 송모씨의 사찰 혐의만 처벌하는 데 그쳤다. 당시 송씨는 “식당 화장실에서 우연히 들은 첩보를 혼자 확인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판결문에서 “수사 방해 음모에 따라 국정원 상부 내지 배후 세력의 지시에 따라 범행이 저질러졌을 것이 능히 짐작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위는 송씨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에 대한 불법수집에 착수한 2013년 6월 국정원의 한 간부가 채 전 총장의 혼외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학생의 이름과 재학 중인 학교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가 포함된 첩보를 작성해 국내정보 부서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다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에게까지 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서 전 2차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는 “송씨의 불법행위 착수에 앞서 국정원 지휘부가 혼외자 첩보를 인지하고 있었고 송씨의 불법행위 전후 지휘 간부 간 통화가 빈번한 점 등 특이동향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송씨의 단독행위가 아닐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서 전 차장 등 국정원 수뇌부가 당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관련 의혹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드러날 경우 검찰수사가 국정원을 넘어 당시 청와대까지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 전 총장은 박근혜정부 첫 검찰총장이었지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서 청와대 눈 밖에 났다. 이후 2013년 9월 언론을 통해 혼외자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의 ‘찍어내기 아니냐’는 말이 나왔고 채 전 총장은 결국 사퇴했다.

검찰은 또 2013년 대선개입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국정원 심리전단 사무실을 가짜로 꾸미고 관련 서류 조작을 지휘한 혐의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을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남 전 원장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조만간 소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과 특별검사를 통틀어 네 번째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이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에서 비선보고를 받은 정황을 잡고 출국금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핵심 측근인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시켜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등을 사찰하도록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된 추 전 국장을 상대로 영장을 재청구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해 여러 고소·고발이나 진정이 있다”며 “추가 수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이 대기업을 압박해 특정 보수단체를 지원하도록 한 화이트리스트(집중지원명단) 사건과 관련해 24일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 이 전 실장은 현대차그룹 수뇌부에 요구해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 산하 영리법인인 경안흥업에 수십억원대 일감을 몰아주도록 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 "시계 수수 언론 흘려 망신줘라… 국정원, 盧 前대통령 음해 정황"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음해(陰害) 공작 정황이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언론을 통해 망신을 주려고 하고 수사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폭로 보도 역시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 정황이 여실하다는 게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판단이다.

국정원 개혁위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 4월 20일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지속 부각, 동정여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보고를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 원 전 원장 측근인 국정원 간부는 당시 수사책임자인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국정에 부담이니 불구속수사’라는 원 전 원장 의견을 전달하며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말한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 전 중수부장은 지난 7월 개혁위 조사관과 전화 통화에서 “지금 밝히면 다칠 사람들이 많다”며 진술을 거부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또 당시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 이중행태 부각을 방송사 고위층에 집중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KBS 담당 정보관은 당시 보도국장을 상대로 2009년 5월 7일자 한 일간지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에 대한 비보도 협조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개혁위는 “당시 KBS 보도국장이 국정원 정보관으로부터 현금을 수수하고 비보도 행위를 한 것은 뇌물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노 전 대통령 수사 관여 사건과 함께 검찰에 수사 의뢰를 국정원에 권고했다.

개혁위는 또 적폐청산 TF로부터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해당 사건이 국정원 직원 송모씨 단독행위가 아닐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개혁위는 또 국정원이 2009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좌파의 국정 방해와 종북 책동에 맞서 싸울 대항마로서 보수단체 역할 강화’를 위한 보수단체 육성방안을 마련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보수단체와 이를 지원할 공기업을 연결해 주는 ‘매칭사업’을 시작했으며, 2010년에는 매칭 대상을 사기업으로 확대하고 2011년에는 인터넷 매체를 지원대상에 추가하는 등 지속해서 사업을 확대했다고 개혁위는 밝혔다.

다만 국정원 개혁위는 ‘스마트폰 해킹을 통한 도·감청’ 논란을 일으킨 국정원의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RCS 도입 경위 및 사용 실적에 대해선 조사 결과 자체 테스트 및 테러·국제범죄 등과 연계된 수사에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의문이 제기된 RCS 운용 실무자 사망 경위에 대해서도 “억울함과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책임감을 느끼던 중 소명이 어려운 국내 인터넷 주소 관련 서버자료를 임의로 삭제·변경해 버리고, 로그 기록 전체 제공에 부담을 느끼는 등 심적 중압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건호·박성준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