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머니처럼… 보면 볼수록 예쁜 섬

전남 고흥 쑥섬 /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양심 돈통. 섬 어디에도 때 묻은 계산속이 없다 / 몸이 성치 않은 어머니가 자식들을 길러낸 그 섬 / 아들은 어머니 모시듯 섬을 가꿨다 “어머니, 옛날에 사시던 섬 예쁘게 가꾸고 있어요.”

“그래. 잘하고 있구나.”

다음 날이 되면 이런 대화는 다시 됐다.

“너 섬에서 무슨 일 한다며?”

“예. 섬에 길도 만들고, 꽃도 심고 있어요.”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는 같은 질문을 다시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어머니가 장애가 있다 보니, 어릴 적 그의 삶은 매우 궁핍했다. 몸이 성치 않았지만, 어머니는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또 외할머니 등 외가와 이웃들도 사정을 알고 쌀과 반찬을 나눠주며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힘든 상황에서도 반듯하게 자란 그는 선생님이 됐고, 아내는 약국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가정을 꾸렸다.

쑥섬과 뭍을 연결해주는 사양호.
배를 타고 나오며 보는 쑥섬의 겉모습은 볼품없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 겉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풍광을 품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쑥섬을 어머니의 섬, 여자의 섬으로 부른다고 한다. 반면 그 옆의 사양도는 두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어 남자의 섬이라고 불린다.

김씨 부부가 애쓰면서 조성한 섬을 어머니는 보지 못했다. 돌아가신 2010년엔 산책로조차 정비되지 않았을 때다. 김씨 부부는 별정원 인근에 어머니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드는 중이다.

쑥섬(고흥)=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