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은 내 인생의 등대 따뜻한 인간애 다시 봐야"

'…소나기마을' 펴낸 평론가 김종회
“문자를 통해 문학 작품을 읽고 느끼던 독자들이 이제는 일상생활 속 체험으로 문학을 만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황순원 문학 테마파크 소나기마을을 만든 것인데, 이곳을 활자로 연결하는 가교로 이번 책을 펴낸 겁니다.”

‘황순원 문학과 소나기마을’(작가)을 펴낸 김종회(문학평론가·62·사진) 경희대 국문과 교수의 말이다. 이른바 ‘국민 단편’으로까지 명명되는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1915~2000)의 ‘학문과 인생’ 제자를 자처하는 김 교수의 그간 노력이 담긴 책이다. 1부 ‘황순원 작품세계의 재조명’에 이어 2부 ‘지속성과 완결성의 인간학’은 스승을 바라본 제자의 수상, 3부 ‘동심 회복의 고향마을 재현’은 소나기마을 조성 경과와 운영에 관한 체험적 사실을 수록했다.

“황순원 문학은 순수와 절제의 미학으로 요약됩니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쳐 오늘날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20대에서 70대까지 반백년 동안 지속적으로 순수문학 정신을 작품에 관통시킨 작가는 드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정신을 놓지 않았던 황순원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희대 국문과에 입학하면서부터 대학원 박사논문 심사 때까지 스승이었던 황순원을 김 교수는 학문뿐 아니라 인생의 등대였다고 고백한다. 그가 2002년 경기 양평 테마파크 ‘소나기마을’을 처음 제안한 뒤 3년 동안 콘텐츠 연구, 다시 3년에 걸친 공사에 이어 2009년 완공을 보았다. 오랜 준비와 공사 끝에 선보인 이 테마파크는 현재 유료 관람객 연간 13만명을 돌파하며 국내 문학관 중 가장 많은 입장객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소나기마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근 부지 1만평을 더 확보해 부대시설 ‘첫사랑문학마을’을 만들 겁니다. 내년부터 연구 용역에 들어가 이르면 2021년경 완공할 예정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마크 트웨인 ‘톰소여의 모험’이 ‘첫사랑’ 테마들입니다.”

김 교수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바야흐로 황순원의 ‘소녀’를 서구의 첫사랑들까지 만나게 하는 국면이다. 그는 “동심을 잃어버린 팍팍한 삶에서 쉼을 얻고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롭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간성과 동심 회복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