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아파트 49층 꿈 접고 35층 선택

14년 지지부진한 재건축 가속도 / 서울시 초고층안 퇴짜 놓자 / 주민 투표로 2년만에 결정 / 빠르면 2018년 초 조합 인가 / 강남 재건축단지 영향 줄듯 49층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해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사진)가 결국 서울시의 ‘최고 35층 룰’을 넘지 못했다. 49층과 35층 두 개 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70% 이상이 35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4년을 끌어온 재건축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6일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주민들이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토지 등 소유자 4803명 가운데 3662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2601명(71%)이 최고 35층 재건축안을 선택하는 데 동의했다.

그간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고 49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해 왔으나 서울시가 지난 8월 정비계획안을 ‘미심의’하며 퇴짜를 놓는 바람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와 조합은 2015년 말부터 5차례에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해왔으나 서울시는 35층 높이를 고수하고 주민들은 49층 재건축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의 입지가 최고 50층이 허용된 잠실 주공5단지와 달리 ‘광역중심지’의 입지에 있지 않아 종상향을 통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 도시계획의 밑그림인 ‘2030서울플랜’은 3종 일반주거지역에는 최고 35층까지만 짓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이 확고하자 결국 추진위는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된 것이다. 당초 기존 14층 높이의 4424가구 아파트를 철거해 최고 49층 높이의 6054가구로 재건축하려던 계획도 35층 5900여가구로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투표에서 주민들이 서둘러 재건축을 추진하길 원한다는 의견이 확인된 만큼 추진위는 정비계획안이 가까운 시일에 열리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정비구역 지정이 연내 이뤄지면 내년 상반기에 조합설립 인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추진위가 설립된 이후 14년 동안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현재 조합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재건축 시공사를 건축허가 이후 선정할 수 있지만 은마아파트는 관련 제도 개편 이전에 이미 삼성물산과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상태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방향이 결정되면서 매수·매도자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 101㎡는 현재 14억원, 115㎡는 15억5000만∼16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은마아파트가 이날 서울시 권고를 수용해 층수를 낮추기로 했지만, 잠실 주공5단지와 마찬가지로 내년에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는 없다. 아울러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조합이 설립된 이후부터는 조합원의 지위 양도도 금지된다.

이번 결정이 강남권의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한강변 최고 입지로 꼽히는 압구정 아파트 단지들이 그동안 최고 50층 높이의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