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3D… 예술적 통찰의 소재·도구가 되다

인간에 대한 예술적 통찰은 늘 당대를 반영하게 마련이다. 최근 들어 작가들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소재나 도구로 삼아 작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오원배와 김두진 작가의 근래 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간 소외와 실존의 문제를 다루어 온 오원배(64·동국대 교수) 작가는 신작에서 인공지능로봇이 일하는 공장을 그렸다. 지난해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긴 데 충격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규칙이 정해진 게임에선 기계가 사람을 이길 수도 있다고 애써 위로를 해봤지만 이후 상황은 그것이 아니었다.

일본에선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문학상 예심을 통과하고,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딥 드림’이 복제한 렘브란트와 고흐 작품이 옥션에서 팔려나갔다.

미켈란젤로의 모세를 패러디한 김두진 작가의 작품‘모세’.
“실상은 근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사슴뼈 이미지들의 집합체입니다. 삶의 모든 욕망의 근원인 신체가 산화되고 남은 유골이지요.”

굳이 사슴뼈로 한 이유는 다시 땅으로 돌아가 재탄생되는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영생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분법적이 경계로 표상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대지가 존속하는 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규정할 수 없기에 한켠 두렵지만 처연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숭고한 욕망’이지요.”

칸트가 대자연에서 숭고미를 발견했던 점을 떠올리게 해준다. 표상 불가의 광활하고 장엄한 대자연에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압도적인 미가 바로 숭고미다. 작품들은 디지털프리팅으로 출력된 것들이다. 11월2일부터 12월16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