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6년 쌓은 모정(母情), 어느덧 3000기

강릉 노추산 모정탑
사남매 중 두 아들을 앞세운 어머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애끊는 모정을 담아 탑을 쌓는 일뿐. 산 중턱에 움막을 짓고 탑을 쌓았다. 사연을 들으면 누구도 지나칠 수 없다. 하나, 둘 돌을 보태어 그의 염원을 응원하다.


찢길 대로 찢기고,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치유될 리 만무하다.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지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자식 잃은 어미의 고통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싶다.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는 ‘단장(斷腸)’이란 말이 그나마 자식을 잃은 어미의 고통을 대변할 수 있는 말이다. 하나도 아니고 둘을 먼저 보냈다. 살면서 많은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다. 그저 남편, 자식들과 오순도순 사는 것이 그의 전부였지만, 그에겐 이마저도 너무 거창한 꿈이었나보다.


안반데기에는 멍에전망대 등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땅을 개간하면 나온 돌로 만든 전망대에 멍에란 이름을 붙였다. 20여 농가가 거주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인 이곳의 초창기 정착민들은 돌투성이 비탈밭을 맨손으로 일궜다.

기계는 꿈도 꿀 수 없는 비탈밭에 소가 효자였다. 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해 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를 뜻하는 멍에는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속이나 억압을 의미한다. 화전민들에겐 하루하루 힘들었던 삶 자체가 멍에처럼 느껴졌을지 모른다.

강릉=글·사진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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