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레나강을 가다] 쇠락의 길 걷던 석탄도시, 신동방정책 플랫폼 꿈꾼다

〈4〉 ‘지경학적 요충지’ 네륜그리 / 매장량 풍부… 60년대 본격 탄전 개발 / 석탄단지에 각종 시설 들어서 ‘부흥기’ / 1990년대 소련 해체 이후 활력 잃어 / 2016년 말 선도개발구역으로 선정 / 교통·물류망 집중적인 정비로 활기 / 동북아로 천연자원 수출 선도할 듯 / 극동 항만·중국 국경과 가까워 이점 / 철도망 이용해도 북극항로 접근 쉬워 / 文정부 신북방정책 전진기지 삼아야 알단(Aldan)을 떠나 다시 연방도로 A360 ‘레나’를 따라 남쪽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아무르주의 네베르(Never)에서 야쿠츠크(Yakutsk)까지 장장 1157㎞에 달하는 이 도로는 사하 공화국(야쿠티야)의 중·남부 중심지들을 연결하는 유일한 간선(幹線)이다. 2022년 완공을 앞두고 아직 많은 구간이 비포장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에,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알단에서 6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비로소 야쿠티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남야쿠티야의 산업중심지인 네륜그리(Neryungri)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
◆신북방정책의 전진기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 연설에서 “신북방정책과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극동으로, 러시아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의 협력과 공동번영을 이끌 수 있는 희망의 땅”이라고 언급하면서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뤄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

푸틴 정부의 신동방정책과 관련하여 그동안 한국은 극동 연안지역에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력 무대를 내륙과 북극권으로 확대하고 싶어 한다. 남야쿠티야 선도개발구역 지정, 연방도로 ‘레나’의 보수와 아무르∼야쿠티야 철도 연장은 이러한 러시아 정부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비록 네륜그리는 철도망을 이용하더라도 극동 연안에서 멀게 느껴지지만, 북극해로 흘러가는 레나강 수운 개발을 포함하여 장차 북극권까지 교통·물류망이 확대될 것을 고려하면 보다 빠르게 북극항로에 접근할 수 있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신북방정책의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우리가 네륜그리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제성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