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란 자양분 먹고 큰 '괴물' 인종주의

유럽은 지금 극단적 인종 차별 극우정당 득세 / 다시 고개드는 인종주의 탄생 배경 등 추적 / 과학이 어떻게 논리 제공해왔는지 고발 / 18세기 식물학자 린네, 인류 몇 부류로 나눠 / 나치, 우생학과 연결…'홀로코스트' 비극 불러 / 현대 과학자들도 공공연히 인종 우열 거론 / 저자 "인종 차이는 문화적 과정서 비롯된 것"
인종과 과학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인종주의의 가장 끔찍한 결과물인 홀로코스트는 우생학과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조너선 마크스는 인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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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종주의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논지를 편다. ‘인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미다. 다시말해 생물학 분류 방법인 ‘종’이라는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침팬지를 상이한 종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도 흑인종, 백인종, 황인종을 상이한 종으로 분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인간의 유전자 변이는 침팬지의 유전자 변이보다도 적다. 그런데도 현재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인간을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한 무리의 사람들 집단을 사회학적으로 ‘인구’라는 관점에서 개념화할 수는 있지만, 이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인종주의를 연구하는 우생학자, 분리차별주의자, 유전론자, 인종주의자들에게 개인자선단체인 ‘파이어니어 기금’이 연구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저자는 “계층 간 차이가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것이지 자연적인 것이 아닌 것처럼, 인종 간 차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 역시 문화적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인종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 집단을 분류하고 계층화하는 이유, 방법, 그리고 그 결과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종학이란 애초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사회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임금 착취나 결혼이주민 여성에 대한 학대 등 인종주의적인 폭력이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매스미디어와 영화를 통해 조선족이 범죄인의 표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조선족=범죄인’이라는 말은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알게 모르게 한국도 인종주의에 물들고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