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 건강보험 '적정부담' 논의 본격화] ‘뜨거운 감자’ 의료수가, 선진국선 3자 합의 필수

“객관적 원가 산정 자료 바탕으로 적정수가 제공해야 과잉진료 줄어”
적정부담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한 축이라면 다른 축은 적정수가다. 건강보험료를 통해 마련한 건강보험 재정 수입에 대한 부분과 각각의 의료서비스에 대해 얼마만큼 지출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를 둘러싸고 수차례 논의가 이뤄졌지만 매번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떻게 의료수가를 결정할까.

독일에서는 기본적으로 보험자 진영(질병조합)과 의사 진영(보험의사협회 등)이 합의를 통해 수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의사협회가 의료서비스의 원가정보뿐 아니라 경영정보까지 충실히 제공하면 이를 바탕으로 보험자 쪽에서도 기반 데이터 및 객관적 근거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베를린 직장건강보험공단(AOK)의 헨리 코텍 보험정책담당관은 “독일의 의료수가 결정체계는 비스마르크 시절부터 토대를 갖춘 뒤 지금까지 제도적 보완을 거듭해왔다”며 “양자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심판조정위원회가 수가를 최종 결정하게 되지만, 그 전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등급결정위원회가 의료수가의 등급 결정을 위한 규칙을 마련하면 보험자연합(UNCAM)이 의료·경제적 평가와 보충건강보험기구연합의 자문 등을 검토해 결정한다. 프랑스 의사협회 스테판 랑데 사무총장은 “의사 입장에서 의료행위 시간과 행위별 복잡성, 기술적 능력 등을 감안한 근거를 제공하면 보험자연합과 보건부가 함께 결정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같이 보험자와 의료계, 정부 등이 공동으로 의료수가를 결정할 수 있는 합의체계를 갖추고 있다. 더 적게 내고 싶은 보험자와 더 많이 받고 싶은 의사의 입장이 완벽히 충족되지는 않지만 합의과정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구축이 돼 있는 것이다.

물론 다수의 유럽국가에서는 의료가 공공영역에 속하는 등 우리나라의 사정과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적정수가 도입을 위한 당사자 간 합의는 필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객관적인 원가 산정 자료를 공유해 신뢰도 높은 의료수가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정한 적정 수가를 제공해 과잉·중복진료의 감소, 의료의 질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베를린=김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