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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유해 수습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정신없이 현장에 뛰어갔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해야 했다. 동물 뼈가 무더기로 나오기도 했고 침몰해역에서 고창석 교사의 유해 발견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홀로 자녀들을 키우는 고 교사 부인에게 차마 전화를 걸 수 없어 문자메시지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2014년 참사 당시 다른 학생의 옷에서 아들의 신분증이 나와 아들을 찾은 줄 알았던 아픔이 있는 박영인군의 부모는 아들이 머물던 객실에서 찾은 교복 재킷을 보고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았다. 3년 넘게 아무런 흔적을 보지 못한 남현철군 부모도 아들의 가방을 찾고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되찾기도 했다. 그러나 침몰해역과 선체 3, 4층에서 미수습자 4명의 유해 일부가 수습된 것을 끝으로 지난 10월 24일 2차 수색을 마무리할 때까지 추가 수습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진도에서부터 머물던 회색 컨테이너 숙소에 몸을 눕혀도 잠이 들지 않는 나날이 늘어갔다. 다른 가족들의 기운을 북돋으려 애써 쾌활하게 웃는 이도 있었지만, 점점 말수가 줄어갔고 얼굴도 핼쑥해져 갔다. 지난 9월 23일 조은화·허다윤양의 가족이 아이들의 생일(조은화 10월 7일·허다윤 10월 1일)을 앞두고 더는 냉동 안치실에 유해를 두기 어려워 목포신항을 떠났고 이영숙씨는 10월 13일, 고창석 교사는 지난 11일 장례를 치렀다. 남겨진 미수습자 남현철군,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 권혁규군의 가족들은 떠나는 사람들을 눈물로 배웅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 목포신항에서 보여주진 위로와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힘없는 소시민인 가족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다시는 우리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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