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2∼3년 만에 간판 내려…제3 원내교섭단체 잔혹사

통민당, 정주영 대선 실패에 단명/자민련만 11년간 당명 유지 최장/국민의당 새 이정표 세울지 주목
1988년 13대 총선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후 제3 원내교섭단체는 13대, 14대, 15대, 20대에 각각 결성됐다.

11년간 당명을 유지한 자유민주연합을 제외하곤 대부분 2∼3년 만에 간판을 내리는 등 수명이 짧고, 정치지도자의 거취와 함께 명멸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영삼(YS) 총재가 이끄는 통일민주당과 김종필(JP) 총재가 주축이 된 신민주공화당은 1987년 차례로 창당해 그해 12월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후 이듬해에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제3당과 제4당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YS의 통일민주당은 59석, JP의 신민주공화당은 35석을 확보했으나 4당체제 국회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총재인 민주정의당(125석)과 김대중(DJ) 총재가 주도하는 평화민주당(70석)에 밀려 제3, 4 원내교섭단체 지위에 머물러야 했다.

YS와 JP는 1990년 2월 노 대통령의 민주정의당과 함께 3당 합당이라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단행해 218석의 거여(巨與)인 민주자유당으로 출범했고, 원내 4당체제의 다당제는 민주자유당과 평화민주당 양당구도로 개편됐다.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은 창당한 지 3년이 안 돼 당의 간판을 내려야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중심이 된 통일국민당이 31석을 차지해 원내 제3당 지위를 확보했으나 정 회장이 대선에서 실패한 후 정계은퇴를 하자 창당한 지 2년여 만에 자취를 감췄다.

JP는 김영삼 대통령 집권 후 YS로부터 ‘팽’당하자, 1995년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했고, 이듬해 실시된 15대 총선에서 50석을 확보해 제3원내정당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자민련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17석으로 쪼그라들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4석으로 전락하자 JP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자민련은 JP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어 20년 만에 다당제를 구축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이 단명에 그친 제3원내교섭단체의 전철을 밟을지,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된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