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1-21 18:45:13
기사수정 2017-11-21 23:19:21
국민의당 의총서 끝장토론 / 安 메모까지 들고와 필요성 역설 /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먼저 추진” / 박지원 “통합 얘기 번복하나” 반발 / 친안계 “호남 크게는 통합 찬성”
총 5시간20분 동안 40명 중 36명의 의원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인 국민의당의 21일 ‘끝장 토론’은 결국 ‘끝장’을 보지 못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한 만큼 본격적인 ‘노선 투쟁’은 오히려 지금부터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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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 안철수 대표가 입장하고있다.서상배 선임기자 |
안철수 대표는 의원총회가 시작되자 자필로 길게 적어온 종이를 꺼내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는 지금 당장 통합으로 갈 수는 없고 정책연대, 선거연대가 우선이라면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제2당이 되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통합하면 자유한국당을 ‘쪼그라들게 하고’ 제2당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안 대표 발언이 끝나자 호남 의원들의 반박이 봇물처럼 밀려들었다. 유성엽 의원은 가장 먼저 손을 들고 “정치공학적으로 통합을 통해 위기 상황을 돌파해 보려 하는 건 구태의연한 접근”이라며 “국민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의 통합론에 대항하는 평화개혁연대를 조직한 정동영 의원은 “안 대표는 거짓말로 정치하지 말라”며 “당을 깨고 싶지 않으니 통합을 밀어붙이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박지원 전 대표 역시 “안 대표가 어제 중진 오찬에서 통합·연대를 안 한다고 했다가 오후 5시에 다시 한다고 했다”며 “만날 때마다 말이 달라진다”고 꼬집었다. 호남 초선인 김광수 의원은 “시대적 화두는 개혁이고 적폐청산”이라며 “국민이 관심 없는 얘기(통합)를 하기 때문에 당 지지율도 폭락한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의 주장에 통합 반대파가 반박하는 모양새로 논쟁이 진행되며 통합 반대 쪽 의견이 더 많이 표출됐지만, 통합파 의원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호남 출신이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김관영 의원은 “결국 논의가 정리되지 않으면 전 당원 투표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태규 의원은 “호남도 크게는 통합에 찬성한다. 객관적인 여론조사 자료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중로 의원은 “통합이 창당 정신”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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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 박지원 의원을 지나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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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 박지원 의원을 지나치고 있다. |
이날 총 320분간 진행된 논쟁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자 안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진통 끝에 ‘통합 논의가 당 분열의 원인이 돼선 안 되고,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신뢰를 구축한 뒤 선거연대 등 진전된 논의를 이어간다’는 기존의 입장으로 발표문을 만들어 김경진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이날 일부에서 ‘(통합론을 꺾지 않으면) 안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공식적인 사퇴 요구가 없었던 것, 평화개혁연대 차원의 사퇴 서명이 진행되지 않은 것도 일단 혼란을 봉합하려는 데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통합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을 만나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서 통합이 가장 시너지가 많이 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계속 의견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홍주형·임국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