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1-24 18:59:25
기사수정 2017-11-24 18:59:25
“방아쇠 역할” “단정짓기 무리”/포항시, 별도 전담반 구성 조사
포항 지열발전소는 과연 가득 찬 물컵의 물을 흘러넘치게 만든 ‘마지막 한 방울’이었을까.
지진 전문가들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지열발전소와 지진이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것이 결정적인 원인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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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일대 설비용량 1.2㎿급 지열발전소. 433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됐다. 포항시 제공 |
지열발전소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진한 고려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유발지진이란 지열발전소 같은 시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단층에 쌓여 있는 응력을 조금 더 건드리는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뜻”이라고 전제한 뒤 “(포항지진의 경우) 물이 유입돼 단층대 마찰력이 낮아져 단층이 움직이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는 가스를 채굴하려 했다가 샌드스톤(사암)을 잘못 건드려 2006년부터 하루 최대 10만㎥의 진흙이 분출하고 있다”며 “자연에서는 어떤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지질환경과학)도 “주입된 물의 양이 적다고 하는데 의문점을 해소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열발전소와 지진을 직접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나왔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는 “통상 자연지진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나려면 규모 4.0대가 10번, 규모 3.0대는 100번의 지진이 나고 유발지진은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작은 지진이 선행된다”며 “갑자기 규모 5.4가 발생한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지열발전소가 진앙과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나 지진과 연관성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포항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정밀 조사와 별개로 전담반을 구성해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연관성이 인정되면 강력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윤지로 기자, 포항=장영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