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文 정부, 100만호 임대주택 장담? 양보다 질이 중요

새 정부 '주거복지 로드맵' 서민 주거 사다리 마련에 기여할까?
정부는 소득 수준별로 맞춤형 주거대책을 시행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이 담긴 '주거복지 로드맵'을 마련하여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수요자 중심의 종합지원 방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공급자 중심의 단편적이고, 획일적 지원 방식을 탈피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고, 1인당 주거 면적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주택보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주거복지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입니다. 앞서 새 정부는 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환경 조성과 청년층 및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당초 이 로드맵은 지난 9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내용 보강 등을 위해 몇개월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번 로드맵은 매우 방대한 규모의 사업인 만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다양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서민 입주자 부담은 늘고, 대형건설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물론 이는 과거 정부의 일이지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주택 100만호를 짓기 위해서는 엄청난 재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재원과 토지 확보 계획을 면밀히 짜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펼칠 주거정책의 청사진인 '주거복지 로드맵'이 공개됐다.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5년간 공적임대 85만호, 공공분양 15만호 등 총 100만호의 주택을 공급해 무주택 서민에 대한 주택 보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20~30대 청년층을 위한 청약통장과 60세 이상 고령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연금형 매입임대'도 도입되는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맞춤형 주거 복지 정책이 실행된다.

국토교통부는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해 5년간 공공임대 65만호, 공공지원 민간임대 20만호 등 임대 85만호에 공공분양 15만호 등 총 100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소유권은 민간에 있지만 주택도시기금 등의 지원을 받아 주거 취약계층에게 저렴한 임대료에 공급되는 주택으로, 구체적으로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New Stay)와 집주인 임대주택 등이 있다.

임대주택 중 30만호는 만 39세 이하 무주택 청년층에게는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된다. 이는 공공임대 13만호와 공공지원주택 12만호, 대학생 기숙사 5만호 등이다.

청년층을 위한 임대는 여러 명이 나눠쓰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나 소호형 주거클러스터, 산업단지와 접목되는 산단형 주택, 여성 치안을 강화한 여성안심주택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급된다.

◆쪽방촌·비닐하우스 거주하는 영세민 위한 주거지원 강화

국토부는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해 이미 확보된 77만호의 공공택지 외 공공주택지구를 추가할 방침이다.

민간분양용 공공택지 공급을 연 8만5000호 수준으로 늘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저렴한 민영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도심 내 임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비사업 재정착 리츠'도 도입된다. 이는 조합원이 포기한 물량을 매입해 기존 주민 등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저소득층이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을 향후 5년간 28만호 공급할 방침이다. 지난 5년간 장기임대 공급 물량은 15만호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국토부의 주거복지 정책은 신혼부부와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에 집중됐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고령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연금형 매입임대'가 새롭게 도입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령자의 주택을 매입하거나 리모델링한 뒤 청년 등에게 임대하고, 그 매각 대금을 연금식으로 분할 지급하여 노후에 쓰도록 하는 제도다. 이 때 자신의 집을 임대로 내놓은 노인층에는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된다.

이와 함께 노인층을 위해 복지 서비스와 연계한 맞춤형 임대주택이나 노후주택 리모델링·재건축, 전세 임대를 통해 총 5만호를 고령가구에 지원키로 했다.

영구·매입임대 1순위 입주자격에 저소득 고령자 가구를 추가하고, 홀몸 어르신이 거주하는 주거약자용 주택은 비상벨인 '안심센서' 설치를 의무화한다.

서민층에게 주거비를 주는 주거급여 지원대상과 금액이 내년부터 확대되며,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몰린 극빈층에는 긴급지원주택이 제공된다.

쪽방이나 비닐하우스 등 비(非)주택에 거주하는 서민을 위한 주거지원 사업도 활성화된다.

◆'전·월세 세입자 보호 정책' 연말로 연기?

청년층에 대한 혜택도 더욱 풍부해진다. 청약통장 제도가 손질돼 청년층을 위해 특별히 청약조건 등을 우대해 주는 청약통장이 도입될 예정이다.

청년층의 전세 대출은 1인 가구 연령 제한은 25세에서 19세로 하향조정되고, 보증금 분할상환형도 도입된다. 월세 대출은 월 한도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된다.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도 강화돼 임대주택 등 지원을 받는 신혼부부 자격 중 혼인 기간이 5년에서 7년으로 확대되고, 무자녀 부부와 예비부부도 대상으로 편입된다.

신혼부부를 위해 총 7만호가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은 물량의 70%를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공급하기로 했다.

사회적 경제주체의 사회적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 융자나 보증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주택도시기금이 '사회주택 허브리츠'를 설립해 개별 사업에 대한 출자와 융자, 토지임대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공공임대의 대기자 명부제도가 개선되고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도 개선된다.

도심 내 노후 영구임대단지의 재건축도 추진된다. LH가 보유한 19만호 영구임대 중 2022년까지 30년이 넘는 것이 59개 단지 7만5000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영구임대의 재건축을 통해 밀도를 높여 기존 입주자를 수용하는 동시에 신규 주택도 공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전·월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을 개정하기 위해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 세입자 보호 정책과 관련해서는 국토부가 주거복지 로드맵과 별도로 연말에 추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재정 조달, 부지 확보 여의치 않을 수도

잇따른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 거래가 줄어들어 주택도시기금의 재원인 주택청약저축 가입액과 국민주택채권 매입액 등이 감소해 기금 여유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부채가 많은 공기업의 부담이 더욱 많아지게 되고, 재정 조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임대 공급이 늘어나면 지방자치단체도 관리 비용 지출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앞선 정부의 행복주택이나 뉴스테이, 보금자리주택 등도 수도권 부지 확보가 마땅치 않아 그린벨트를 풀거나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다가 부작용을 겪었던 전례가 있다.

정부는 기존 도심 주택이나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노후 공공기관 리모델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이것 역시 수도권에서 물량이 마냥 늘어날 수는 없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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