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이 차세대 스마트폰 '아이폰X'에서 사용자 얼굴로 단말기 잠금을 푸는 '페이스ID'를 전격 도입한 가운데, IT(정보기술) 서비스에서 얼굴 인식 기술의 대중화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얼굴 인식은 지문이나 홍채 등 다른 생체정보에 비해 훨씬 간편히 확인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았던 기술이다. 고성능 카메라로 얼굴 곳곳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어 위조나 변조 위험도 전보다 많이 줄었다.
다만 CCTV 등을 통해 사람의 얼굴을 추적하는 고강도 사생활 침해가 나타나고, 안면에서 각종 정보를 유추해 차별에 악용할 수 있다는 반감도 적지않아 보편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지금껏 안면인식 기술을 출입 통제, 방범 용도로만 주로 사용했을 뿐 대중 서비스에 활용한 경우는 드물었다.
정부 청사 게이트에서 얼굴로 출입자를 식별하고, 경찰이 사건 현장 CCTV에서 범죄 전과자의 얼굴을 컴퓨터로 검색하는 등 사례가 대표적 사례다. IT 분야에서는 한 대기업에 올해 4월 출시한 스마트폰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탑재했지만, 지문과 비밀번호 등에 딸린 보조 보안장치 수준에 불과했다.
◆얼굴 인식의 가장 큰 장점 '간편함'
얼굴 인식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함이다. 홍채처럼 센서에 눈을 댈 필요도 없고, 카메라만 있으면 먼 곳에서도 순식간에 본인 확인이 된다.
이 때문에 이미 영미권에서는 안면인식이 많이 확산한 상태다. 교회에서 신도의 예배 출석을 확인하거나 유통점에서 물품 절도범을 잡아내는 등 폭넓게 기술이 쓰이고 있다.
안면인식 분야의 선두 주자로 손꼽히는 중국에서는 은행 송금, 물품 결제, 세무 업무 등을 얼굴만 내미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이폰X는 3차원 카메라로 얼굴의 입체 굴곡을 미세 측정, 평면 사진만으로는 위조*변조가 불가능하다. 인공지능(AI)이 주인 얼굴의 미세 질감을 계속 학습해 속임수를 걸러내기도 한다.
◆사생활 침해 위험, 상업적 악용 우려 ↑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단 사생활 침해 위험이 있다. 얼굴 데이터와 개인 정보를 연계시켜 CCTV 화면을 분석하면, 사람의 행적을 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수준으로 추적할 수 있어 '빅브라더(big brother)' 공포를 촉발할 수 있다.
놀이공원에 갔던 회원의 얼굴을 포착한 IT 업체가 이를 기억하다 해당 사람에게 테마파크에 관한 온라인 광고를 뿌리는 등 상업적 악용도 가능하다.
얼굴에서 인종이나 몸 상태 등 많은 개인 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는 AI가 얼굴을 분석해 유전병 여부나 성(性)적 지향성을 알아맞히는 기술까지 나온 상태다. 이 때문에 학계 등 일각에서는 안면 정보를 주다보면 결국 이를 정부나 기업이 사람을 뒷조사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서구권에서는 소비자가 안면인식 기술을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영국계 결제 서비스 업체인 '페이세이프'가 최근 미국·영국·캐나다의 소비자 3038명을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약 40%는 얼굴 인식을 비롯한 생체 인증방식이 위험하고 생소해 쓸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얼굴 데이터는 일종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일단 유출되면 방대한 신상 정보를 캐낼 수 있는 열쇠가 된다며 이런 민감한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넣고 각종 서비스에 활용하자는 발상은 위험이 커 사회적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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