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농업에서 도시문제 해법 찾다] 음식+IT… “200조원대 푸드테크 시장 잡아라”

<3> 푸드 스타트업의 요람 ‘서울먹거리창업센터’ / 개소 1년만에 누적매출 85억 / 해외진출·투자협약 93건 달해 / 식품 관련 기업들 한자리에 / 아이디어 교류·협력 활발 / 고부가가치 농업 생산 ‘올인’ / 도농간 연계 강화 상생 도모 지난 7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세계 최대 IT 펀드인 ‘비전 펀드’의 첫 투자처로 꼽은 기업은 벽면을 활용해 농작물을 키우는 플렌티(Plenty)였다. 그는 2억달러(약 2170억원)를 투자하며 플렌티의 친환경 대량생산 기술에 대해 “현재의 식량 생산 체계를 바꿀 것”이라고 호평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 기업들이 만든 차와 참기름 등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이창훈 기자
푸드테크(Food Tech)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음식과 기술의 합성어인 푸드테크는 기존 농수산식품 생산·유통·소비를 넘어서고 있다.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 애플리케이션 등의 O2O(Online to Offline)사업과 IT 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농업 생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 규모가 200조원대를 넘으면서 푸드테크를 활용한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푸드테크 시장의 성장에 맞춰 국내 농식품산업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이하 창업센터)를 개소했다. 연면적 1547㎡(약 467평) 규모에 사무공간과 오픈 키친을 갖춘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입주사에 최대 2년까지 무료로 사무실을 대여하고 회계·법률·멘토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4일 창업센터에 따르면 개소 1년 만에 입주사 전체의 누적 매출액이 85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고용은 60명을 넘어섰으며 해외진출과 투자 관련 협약 체결은 93건에 달했다. 차와 쌀 가공품, 짜 먹는 청양고추 등을 만드는 제조업 분야 기업과 도농 직거래를 연계하는 플랫폼 운영 업체 등 제조·유통·플랫폼·디자인 분야의 45개 입주사가 현재 창업센터에서 활동 중이다.

입주사들은 창업센터의 강점으로 ‘네트워킹’을 꼽았다. 일반 창업지원센터와 달리 식품 관련 기업들이 모여 일상 속에서 활발한 아이디어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농사펀드의 박종범 대표는 “창업센터에 입주한 뒤 영농조합 기반 스타트업과 교류하면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부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칼슘으로 세척한 사과를 판매하는 칼슘사과의 강진형 대표는 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아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국제 식품·포장 박람회’에 참가한 강 대표는 현재 칼슘사과의 베트남 수출을 앞두고 있다. 과일 유통업계에서 20여년 일한 그는 2014년 과일 전문 유통업체를 창업했다가 지난해 칼슘세척 기술을 개발했다. 껍질의 유해물질이 99% 제거된 칼슘사과는 일반 사과보다 보관 기간도 2∼3배 늘어나 수출에 적합하다. 강 대표는 “기술 개발 이후 창업센터에서 주선한 바이어 미팅과 박람회 참여 덕분에 해외진출과 유통·홍보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만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스타트업도 있었다. 지난 8월 창업센터에 입주한 비욘드푸드랩의 정선영 대표는 외국인을 위한 한식 쿠킹박스를 만들기 위해 퇴사 3개월 만에 창업에 도전했다. 정 대표는 “아직 시제품을 만들지 못했지만 한류열풍에 힘입어 한식을 요리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만큼 적정 원가만 맞추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창업센터에서 만난 마케팅과 유통 분야의 전문가 멘토링 도움을 받아 시제품을 제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동균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센터장은 “올해 성과를 거둔 기업들의 사례를 엮어 푸드테크 분야 창업자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도농 간 연계를 강화해 농민들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