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016년 AI 초동대처 미흡 피해 키웠다”

“농수산부, 심각 단계 해당하는데 / 경계 단계로 변경 조기차단 못해” / 매몰지 침출수 관리 부실 적발
지난해 말 발생해 사상 최대의 피해규모를 기록한 조류인플루엔자(AI)는 관리당국의 어설픈 초동대응과 판단 실수 때문이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축전염병 예방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7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AI는 전국 418개 농장에서 가금류 총 3807만마리를 살처분하고 3688억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사상 최대의 피해규모를 기록했다.

감사원은 당시 ‘심각’단계에 해당하는데도 농수산부가 ‘경계’단계로 변경하면서 조기에 차단방역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초 의심신고 이후 일주일이 지난 2016년 11월23일, 충남과 충북 지역에 이어 경기 양주까지 AI가 확진되는 등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라는 우려가 나왔다.

AI 긴급행동지침(매뉴얼)에는 4단계에 따른 조치상황을 규정하고 있는데 주변국에서 AI가 발생하면 ‘관심’, 국내 발생시점부터 ‘주의’, 인접 또는 타지역에 전파되는 경우 ‘경계’, 전국적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으면 ‘심각’단계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전국 확산 추세라는 상황을 인식하고도 ‘심각’ 대신 ‘경계’단계로 변경하는 데 그쳤다. 12월6일에는 전국 7개 시·도로 AI가 확산됐지만, 재차 ‘경계’단계를 유지하기로 의결한 뒤 같은 달 15일에야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감사원은 뒤늦게 위기단계를 변경하면서 거점소독시설과 이동통제초소 설치가 지연돼 조기 차단방역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소독, 매몰지 침출수 관리 문제도 적발했다. AI 매뉴얼에 따르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거점소독시설에서 사용한 소독약이 외부로 흘러가지 않도록 현장에 저류조를 설치하거나 둔덕을 쌓아야 한다. 감사원이 153개 거점소독시설을 점검한 결과 66개 시설이 이 같은 시설을 구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2011년 농식품부에 생석회를 소독제로 사용하면 발열반응으로 차수막이 훼손돼 침출수가 흘러나올 우려가 있다고 통보했음에도 생석회를 그대로 사용하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생석회를 저류조 등 소독약이 외부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시설을 구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