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매트 친환경인증 취소 후폭풍 거세… 휘청이는 컨트롤타워

정부기관이 유아용 놀이매트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의 친환경 인증을 취소한 것으로 인해 소비자 불안은 물론, 법정 소송 등 후폭풍이 거세다. 생활주변에서 밀접하게 다루는 화학제품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한편, 소비자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비롯한 살충제 계란, 생리대 파동 등으로 이어지기까지 정부의 대처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인증취소’ 행정처분, 후폭풍 거세
9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기술원은 지난달 15일 크림하우스프렌즈가 생산하는 한 유아용 매트 제품에 대해 디메탈아세트아미드(DMAc)라는 물질이 기준치(100PPM) 이상인 157PPM과 243PPM이 검출됐다며 친환경인증을 취소했다.

업계 및 학계에 따르면 DMAc는 기계 세척제 등으로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매다. 국내에는 이에 대한 유해성 및 위해성 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 적이 없다.

다만, 유럽연합은 관련 규정(EU Regulation) 중 유엔 GHS(화학물질에 대한 국제 분류·표시 시스템)의 H코드(the hazard statement code)에 근거해 DMAc를 ‘태아에 유해 가능성이 있다(may damage the unborn child)’고 분류하고 있다.

‘국제 섬유 및 가죽 생태학 연구 실험협회(OEKO-TEX)’에서는 DMAc의 제한수치를 500∼1000PPM으로 설정했고, 노르딕 친환경인증(ecolabelling)에서는 1000PPM(0.1wt%)으로 각각 정해놓았다. OEKO-TEX는 유럽 전역에서, 노르딕 친환경인증은 북유럽 지역에서 각각 가장 신뢰도 있는 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발포 합성수지제 매트 제품의 친환경 기준을 담은 환경부 고시 ‘EL327’을 살펴보면 기술원이 기준치의 근거로 삼은 100PPM은 DMAc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일반적인 화학물질의 비의도적 혼입을 판별하기 위한 기준이다. 여기에 DMAc유럽연합의 규정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점을 더해 인증을 취소한 것이다.

판매중지가 아닌 인증취소였음에도 해당 업체는 즉각 고사위기에 처했다. 연매출 200억여원으로 업계 1위를 달리던 크림하우스는 인증이 취소된 이후 3주간 매출이 수백만원에 그쳤을 정도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해외 바이어와 국내 쇼핑몰 업체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항의와 환불 요구가 빗발친 것도 당연 수순이었다.

기술원 측은 인증 취소의 근거가 장관 고시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인증 취소의 근거 합당한가
크림하우스 측은 고시의 정당성부터 이후 진행된 절차 등을 하나하나 따지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기술원은 이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크림하우스는 인증취소에 대해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일 이를 받아들였다. 본안 소송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기 20일 이후까지 인증취소는 효력을 잃게 된 셈이다.

먼저 크림하우스는 기준의 대상과 적용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초반 기술원의 문제제기 이후 이뤄진 조사 결과 DMAc는 원료가 아닌 공정 기계의 세척제로 이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EL327에서 규정한 금지 내용은 ‘제품의 구성원료로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이다.

EL327은 기준치인 100PPM 이하에 대한 적용에 대해 ‘개별원료 자체에 대한 질량분율로서 0.01%(100PPM) 이하로 포함될 때에는 비의도적 혼입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원료에 대해 검증을 해야 하지만 기술원은 완제품(표면)을 기준으로 검증을 진행한 뒤 “결과적으로 100PPM이 넘게 나왔으니 취소할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크림하우스 측에서 “원료를 기준으로 테스트를 진행할 경우 함량은 (완제품을 기준으로 테스트할 때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고려되지 않았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기술원 측이 이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취소라는 처분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분분하다. 기술원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국민 안전을 고려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일말이라도 있다면 사용금지 및 판매 중단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야 한다”며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해소된 뒤 그에 맞게 이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선제적 조치는 안전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역학조사 및 현장조사 등의 후속조치를 전제로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기준과 다른 테스트에 대한 근거, 업체의 반박 등에 대해 증명하기 위한 어떠한 형태의 조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불안 및 공포가 급속히 번지고 있지만 기술원은 “이번 행정처분(인증취소)는 기준에 의한 처분일 뿐 유해성 논란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U 기준 목록에 있다는 것을 근거로 처분을 내렸지만 그것이 유해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화학과)는 “유럽 규정을 준용한다 하더라도 해당 제품은 유아용 매트이고 기준은 ‘태아에게 유해 가능성이 있다’”라며 “해당 제품이 임산부가 주로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맞지 않는 규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행정처분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시정명령 등 낮은 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가장 항구적인 조치인 인증취소가 곧바로 내려졌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제까지 민원, 소송에 휘청일 건가
그간 국내에서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나 살충제 계란, 생리대 사태 등을 지켜보면 발단과 결과는 각기 달랐지만 항상 ‘컨트롤타워’로 작용해야 할 정부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문제제기가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한 것은 물론, 정부의 기준이 맞기는 한 건지, 정부가 진행한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국민적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정부는 “고시에 근거해 진행된 절차”라고 하지만 행정조치의 정도, 정부 기준, 절차의 공정성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취재 과정에서 인증에 대한 질의가 계속되면 “우리는 인증 취소하는 부서니 그건 인증 만든 부서에 물어봐야 한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우리 생활에 화학제품의 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와 함께 국민의식이 성장하며 화학제품의 안정성 및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민 불안의 측면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업체 간 경쟁 및 소송 등 사회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번 사태에서 시장상황의 흐름은 생리대 사태 당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생리대 사태 당시 한 기관의 문제제기로 시작됐지만 표적이 된 업체는 크나큰 타격을 받았고, 유해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제기가 이뤄진 즉시 경쟁업체들은 “우리 제품은 안전하다”는 광고 아닌 광고를 내보내기에 바빴다.

기술원 측은 “이번 사태는 경쟁업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인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사천리로 인증취소가 이뤄지자 경쟁업체와 맘카페 등 관련 커뮤니티에는 해당 사실 및 경쟁업체의 ‘(크림하우스의 탈락으로 인한)유일한 친환경 인증’ 등 홍보가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했다.

단순히 소비자 불안 측면뿐 아니라 업체 경쟁에 의한 악의적 문제제기도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기술원 측은 “인증취소 한 번으로 인해 이만한 파장을 불러올 줄 몰랐다”며 “앞으로는 업체 및 시장 영향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은 “(행정) 처분으로 인해 업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밝힌 반면, 해당 기관은 이러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한 소비자단체의 관계자는 “국민의 생활 수준과 안전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화학물질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더욱 확산할 수밖에 없다”며 “이럴 때일수록 전문성과 권위의 최고 기관으로서 정부 당국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본안 소송은 다음달쯤 이뤄질 전망이다. 법원이 업체의 손을 들어줄지, 정부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케미포비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다시 한 번 가중됐고 해당 중소기업의 회생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