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무릎 호소' 3개월만에 특수학교 확충 가시화…지역민 갈등 해소는?

우리나라는 지역주민의 반대 등의 이유로 특수학교 확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대전, 강원, 전북, 충남, 제주 등 6개 시도에서는 최근 5년간 초·중·고 과정 특수학교가 단 1곳도 신설되지 않은 채 특수학급만 증가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수학교 학생 가운데 평균 9.5%가 1시간 이상 걸리는 원거리통학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실정입니다.

정부가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분야 국정 기조를 토대로 하여 특수교육 인프라를 대폭 확충키로 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이번 계획의 특징 중 하나는 어릴 때부터 장애와 비장애 학생이 한데 어울려 놀고 공부할 수 있는 통합유치원을 증설하고, 거점지원센터를 확대하는 등 통합교육 지원체제를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장애아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서로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모든 일은 정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긴 어렵습니다. 지난 9월 서울 강서구 내 특수학교 신설 토론회장에서 장애학생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고 반대 주민들에게 호소한 사건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제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은 장애학생이 비장애학생과 함께 사회로 나가는 것을 돕는 통합교육을 강조했다.

특수교육이 특혜가 아닌 사회적 책무이자 장애인의 권리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올해 서울 강서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을 둘러싼 찬반 논란 과정에서 확인된 특수교육의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우호적 여론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의 70% 이상이 일반학교에서 교육받는 현실을 고려해 통합교육 지원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수교육 대상자 8만9353명(올해 4월 기준) 중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8.9%(2만5798명)에 불과하다. 70.7%(6만3154명)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이나 일반학급에서 공부한다.

정부는 어릴 때부터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어울려 놀고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17개 시·도에 1개 이상 통합유치원을 설립한다. 통합유치원은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1대1로 운영하는 유치원으로, 등원부터 하원까지 모든 일과를 통합해 진행하고 유치원 교사와 유아특수교사가 공동 담임을 맡는 유치원이다.

◆정부 "장애·비장애 학생 함께 사회로 나아가야"

정부는 통합교육 지원교사를 늘리고 통합교육을 할 때 학생과 교사가 겪는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장애유형별 거점지원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장애학생의 문화·예술·체육분야 재능을 키워주는 거점교육기관도 올해 40개에서 2022년 80개로 늘린다.

특히 장애·비장애 학생이 팀을 이뤄 하는 통합스포츠 프로그램과 스포츠클럽 운영을 확대하고,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통합교육 협력모형 개발을 위한 '정다운학교'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제5차 계획의 핵심은 2022년까지 특수학교 22곳 이상, 일반학교 특수학급 1250개를 늘리는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일반교육과 특수교육, 일반학생과 장애학생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통합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해마다 보통 1000명 이상 늘고 있어 장애학생의 원거리 통학과 과밀학급 문제 해소를 위한 특수학교(급)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2008년 7만1484명이던 특수교육대상자는 △2010년 7만9711명 △2013년 8만6633명 △2015년 8만8067명 △지난해 8만9353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장애인 특수학교 편견·오해 여전…지역주민 반대 어쩌나

하지만 장애인과 특수교육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따른 주민 반대 등으로 특수학교(급) 신설 여건은 여의치가 않다. 이 때문에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논란도 종종 벌어진다. 실제 지난 제4차 5개년 계획(2013∼2017) 동안 특수학교 신설은 17곳에 그쳤다.

5차 계획 기간에는 특수학교 설립을 쉽게 하도록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 대상에 특수학교를 포함하는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시·도 교육감이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할 경우 이를 우선 반영하도록 '학교시설사업 촉진법'과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신설 특수학교는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도서관, 공연실 등 복합공간을 마련하는 등 상생 형태로 추진된다. 12학급 이하의 소규모 특수학교와 특화된 분야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학교도 설립한다.

일각에서는 교육 당국의 이러한 변화를 이끈 이들은 장애학생 부모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설명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읍소하며 무릎을 꿇었고, 이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지면서 사회 전반에 '특수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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