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인류의 발등에 떨어진 기후변화 위기

생명 위협 이상기후 갈수록 확산
21세기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생태계 변화 추이 면밀하게 관찰
다가올 위험에 철저히 대비를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극단적 가뭄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가 하면 때아닌 추위와 더위가 찾아오는 등 갈수록 이상 기후현상이 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21세기에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 가운데 하나다.

최근 과학전문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기온 상승폭이 국제적으로 합의한 기준보다 더 클 것이라고 한다. 나아가 금세기 말까지 기후변화로 물속에 잠기는 나라가 나타날 것이란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기후가 변화하는 폭이 자연적인 변동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 생태학
기후는 인간을 비롯해 생물이 살아가는 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생물이 사는 범위와 종류를 결정한다. 이에 생태학자들은 생물의 종류와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기후변화를 평가하기도 한다.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은 생물이 보이는 ‘계절현상’이고, 훨씬 드물지만 그 종류가 변하는 것을 통해서도 평가가 가능하다.

기상청에서 기록해 온 벚꽃 개화일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00년 동안 개화시기가 2주가량 앞당겨졌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범위에 걸쳐 자라고 있는 참나무의 한 종류인 신갈나무 숲이 성립해 있는 서울 도심의 남산, 그 외곽의 불암산, 경기 포천의 광릉, 강원 인제 점봉산의 개엽(開葉)시기를 조사해보니 지역의 기후자료와 잘 일치했다. 그 범위를 전국 규모로 확대·분석해 보아도 개엽시기는 지역의 기후와 잘 부합했다. 특히 동면했던 생물의 활동이 시작되는 5℃ 이상 온도의 누적치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자료에 근거해 신갈나무의 개엽시기를 100년 전과 비교해보니 그 시기가 11일가량 빨라진 것으로 평가됐다. 이렇듯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태계 변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생물의 종류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필리핀, 일본 남부의 오키나와, 대만 인근에서 주로 발견되던 넓은띠큰바다뱀이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를 옮기고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도 서울에까지 퍼져 있다. 외계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화하는 변온동물인 양서류의 종류도 조만간 바뀔 전망이다.

비생물환경요인의 변화도 심각하다. 매년 2mm 이상의 해수면 상승이 실측돼 가까운 장래에 우리나라의 주요 갯벌이 바닷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경험하고 있지만 가뭄이 더 심해질 것이란 주장도 많다. 비가 적게 오거나 강수량은 줄지 않지만 가뭄기가 길어지는 기상학적 가뭄 외에 기온상승으로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수리적 가뭄, 눈이 비로 대체되거나 빨리 녹아내려 생육기에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발생하는 생태적 가뭄의 피해가 훨씬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더해 태풍의 강도도 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 우리나라의 산지 고지대에서는 한국 특산 구상나무를 비롯한 침엽수가 대량으로 고사(枯死)하고 있고, 지난봄에는 전국 여러 지역에서 수많은 활엽수까지 말라죽는 결과를 초래했다.

‘알프스의 살인빙하’라는 영화에서는 가설적 설정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돌연변이 생물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툰드라가 녹으면서 잠에서 깨어난 바이러스가 탄저병을 유발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위성 수준의 관찰에서부터 생물의 체내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관찰망을 구축해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추이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을 더욱더 면밀히 파악해 기후변화의 영향이 우리 주변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지도 철저히 대비해야겠다.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 생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