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하는 비료 원료 ‘인’ 추출기술 개발

서울 보건환경연구원 성과 하수 찌꺼기를 태운 재에서 비료나 사료의 주원료가 되는 ‘인(P)’을 초음파로 추출하는 기술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하수 찌꺼기 소각재에서 초음파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고농도의 인을 회수하는 신기술을 자체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하수 찌꺼기는 정수장에서 하수를 깨끗하게 처리하면서 나오는 오염물이 고형화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내 물재생센터 4곳에서 발생한 하수 찌꺼기는 67만4944t이었다. 하루 평균 1800t의 하수 찌꺼기가 발생한 셈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하수 찌꺼기 소각재에 산·알칼리 성분을 넣어 침전물 상부에 존재하는 액체를 분리하고 여기에 침전제와 산도(pH) 조정제를 넣어 인이 포함된 침전물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서 인 추출시간을 단축하는 ‘초음파 용출조’ 시스템도 새로 개발했다. 초음파로 인해 발생하는 열이 하수 찌꺼기 소각재와 산·알칼리를 섞은 혼합슬러리를 고온·고압 상태로 만든다. 이 상태에서 인을 분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초음파를 이용하지 않았을 때의 4분의 1로 줄어든다. 시는 해당 기술을 ‘하수 찌꺼기 소각재로부터 인(P)의 회수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등록했다. 

13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원이 ‘하수 찌꺼기 소각재 인(P) 회수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제공
기술개발에 참여한 최예덕 연구사는 “하수 찌꺼기 처리 방안을 고민하다 인 성분을 회수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며 “초음파가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실험도구를 씻는 데 사용되는 초음파 세척기를 활용해 보니 결과가 좋았다”고 발명 과정을 설명했다.

시는 이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하수 찌꺼기 소각재에 포함된 인 중 약 80%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탄천·중랑물재생센터에서는 하수 찌꺼기를 건조해 일부를 화력발전소 연료제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남·난지물재생센터에서 발생하는 하수 찌꺼기는 소각한 뒤 일부가 시멘트나 보도블록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인을 추출할 수 있는 하수 찌꺼기 소각재는 서남·난지물재생센터에서 하루 평균 20t가량 발생하고 있다. 최 연구사는 “실험 결과 10t의 하수 찌꺼기 소각재에서 약 800㎏ 이상의 인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출한 인은 비료와 가축 사료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인을 포함하고 있는 인광석이 없어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인광석은 56만768t으로 7874만9000달러(약 860억원)가 들었다. 시 관계자는 “인광석은 중국이나 모로코 같은 한정된 국가에서만 생산되고 매장량도 많지 않아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자원 재활용과 수입 대체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인 회수 신기술을 상용화해 물재생센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