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2-14 19:08:12
기사수정 2017-12-14 21:55:48
산업용 심야요금 단가 올릴 듯 / 한전 “단계적 인상 필요” 온도차 / ‘경부하 시간대’ 요금 인상 전망 / 철강·반도체 업종 등 부담 늘 듯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고 선을 그었다. 인상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부담은 기업이 흡수토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은 ‘순차적인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업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국회에 보고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에서 2022년 전기요금이 올해 대비 1.3%가량 오르고, 2030년에도 올해에 비해 10.9% 인상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연료비와 물가 요인을 제외한 과거 13년간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13.9%)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산업부는 “2022∼30년 연평균 1.1∼1.3% 인상되면 4인 가족(350㎾h/월)을 기준으로 월평균 610∼720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성택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번 정부 임기 중에는 기존 계획에 따라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계속 확대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완충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한전의 총괄 원가(적정 원가+적정 마진), 판매 수입 등 적정 이익을 감안해 매년 조절하는데,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사실상 허가하는 형식으로 규제한다. 한동안은 원전·석탄발전 설비와 가동률이 늘어나는 만큼 한전 이익도 계속 확대되는 구조여서 요금 인상 요인은 당분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한전은 “연료비, 에너지전환에 따른 투자 등 요금 인상 필요성은 정부도 이해하고 있다”는 등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심야 시간대(23시∼09시)에 최대 반값 이하로 공급하던 ‘경부하 시간대’ 요금 단가를 높여 부담을 흡수하는 쪽으로 개편할 전망이다. ‘산업용 전력소비 효율화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경부하대 전력피크는 2009년 6373만㎾에서 지난해 7847만㎾로 23.1% 증가했다. 반면 이 시간대 요금 단가는 ㎾h당 약 65원으로 중간·최대부하 시간대 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할인폭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정책관은 “어떤 형태로든 조정이 이뤄지면 기존 설비 투자 기업은 이를 감내해야 하는 게 사실”이라며 “산업용의 50% 이상이 경부하 시간대 요금이라 형평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