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미의영화산책] ‘무연사회’에서 ‘인연사회’로

노년에 관심이 많았던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의 ‘인간의 세 시기’는 영유아기, 청년기, 노년기를 표현하고 있다. 영유아기는 세 아기, 청년기는 두 연인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지만, 노년기는 혼자 들녘에 앉아 손에 들고 있는 해골을 들여다보는 노인의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이처럼 노년은 외로움이나 죽음과 밀착돼 있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에서도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무연사회’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회나 가족과의 연락을 끊고 혼자 살아가던 60대 남성이 부패한 주검으로 10일 만에 발견되는 등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아진 가운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러 가지 공적 시스템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쪽방 상담소 직원은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받아보고 이상이 감지되면 해당 가구를 찾아가 확인하거나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방문 확인하는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다.

독거노인 고독사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어서 이를 다룬 영화도 꽤 있다. ‘오베라는 남자’(감독 하네스 홀름)는 대표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경우를 그린다. 59세의 까칠한 성격의 오베(롤프 라스고르드)는 직장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아내 소냐까지 잃고 외롭게 살아간다. 아내의 묘지를 매일 찾아가 꽃을 바치며 오늘은 반드시 당신 곁으로 간다며 다짐을 한다. 죽을 준비를 마치고 천장에 밧줄을 매달아 죽으려고 했으나, 마트에서 산 밧줄이 부실해 그만 끊어진다. 오베는 당장에 마트로 가서 호통을 친 후 다시 밧줄을 구입해 재시도해 보지만 앞집에 새로 이사 온 이민자 부부가 주차 문제로 방해를 한다.

심지어 오베가 기차에 떨어져 죽으려 했으나, 누군가 바로 앞에서 먼저 떨어지는 바람에 그를 구해주느라 정작 자신이 죽지 못한다. 번번이 죽는 데 실패한 오베는 본의 아니게 마을을 지키는 수호자로 이웃을 도와주는 사람이 된다. 이웃과 함께 오베가 사랑의 마음을 회복하게 되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져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영화다.

우리 사회에서도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모든 독거노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확대되는 것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영화에서처럼 ‘무연사회’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이웃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가깝게 형성시킬 수 있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나 봉사단체의 활동도 필요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