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문책·외압 여부엔 '침묵'…가습기TF '반쪽짜리 결론'

애경·SK케미칼 조사 잘못 시인 / 관련자 책임 등 입장은 안 밝혀 / “공정위 출신자 구성 한계” 지적 공정거래위원회가 19일 외부 전문가 태스크포스(TF) 조사를 통해 밝힌 공정위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처리 과정은 문제점투성이였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임에도 법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적용했고, 전원회의를 열지도 않은 채 소회의에서 사건을 종료시켰다. 결과적으로 책임져야 할 기업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하지만 TF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관련자 책임 여부와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전원회의 상정을 거부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에 대한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TF는 ‘권한 밖’이라는 입장이지만, 공정위 출신 위원들이 대거 포진된 TF가 결국 반쪽짜리 결론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金위원장 “죄송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원에서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사실상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해 “조직의 대표로서 피해자 여러분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TF 팀장인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서울공정거래조정원에서 “공정위가 2016년 심의절차 종료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표시·광고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실체적·절차적 측면에서 일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TF에 따르면 애경은 2002∼2011년 SK케미칼이 제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주성분인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두 회사는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누락한 혐의(표시광고법 위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8월 공정위는 이 혐의에 관한 판단을 중단하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는데, TF 조사를 통해 이런 판단 과정에 일부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해당 독성물질의 인체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성 판단을 유보한 것은 표시광고법의 입법 취지와 표시·광고의 사회적 기능에 비춰 지나치게 엄격한 해석이라고 결론지었다. 절차적 잘못도 지적됐다. 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2016년 논의를 소회의가 아닌 공정위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회의로 처리했어야 했다고 TF는 밝혔다. 더욱이 2016년 8월19일 소회의는 대면회의가 아닌 유선통화를 통해 심의했는데, TF는 이러한 절차도 잘못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TF는 공정위의 사건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도 관련자 책임 부분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보고서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TF의 이번 평가 결과는 공정위 근무 경력자로 채워진 TF 구성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TF에는 권 교수 외에 이호영 한양대 교수, 강수진 고려대 교수, 박태현 강원대 교수 등 외부 전문가 4명에 신동권 공정위 사무처장, 조홍선 감사담당관 등 6명으로 꾸려졌다. 이 가운데 피해자 측 추천위원으로 뒤늦게 TF에 참여한 박 교수를 제외한 전원이 공정위 출신이다. 권 교수는 “(공정위) 근무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문가에 대한 결례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재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 예정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SK케미칼과 애경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를 해당 업체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