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2-19 18:23:14
기사수정 2017-12-20 10:23:03
명령 확정일 후 5년간만 적용 / 기존 부착 기간 중에도 동시 집행 / 2018년 7월 이후 63명 시효 끝나 / 여야, 20일 법보완 개정안 발의
A씨는 상습 아동 성범죄자다. 2006년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에도 냇가에서 놀고 있던 B양을 자신의 승용차로 끌고 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처해졌다.
A씨의 범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교도소에서 출소하고 또 다른 피해자 C양을 만날 때마다 물건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고 1000∼3000원을 주다가 강제 추행했다. 2011년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 부착이 명령됐다.
검사는 A씨의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전자발찌 ‘소급’ 부착 명령을 법원에 별도로 청구했고, 2013년 6월 말 법원은 5년간 부착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A씨의 전자발찌 부착 기간은 총 15년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4년간 복역하고 출소해 현재 전자발찌를 부착 중인 A씨가 다시 5년간 추가로 전자발찌를 차기 전인 내년 6월 말 소급 부착 명령의 시효가 끝난다는 데 있다. 입법 미비로 5년의 시효가 완성돼 실제로는 10년만 부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A씨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어서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
19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지금까지 법원이 전자발찌 소급 부착 명령을 결정한 강력 범죄자 1588명 중 1013명은 전자발찌를 차고 있고 512명은 부착 기간이 끝났다.
A씨를 비롯한 나머지 63명은 형을 복역 중이거나 A씨처럼 소급 부착 명령을 받기 전 일반 부착 명령을 받는 등의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 집행을 대기 중인데, 내년 6월 말 A씨를 시작으로 시효가 줄줄이 만료된다. 이대로 두면 소급 부착 명령이 무의미해지고,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활보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검사가 법원에 소급 부착 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출소 예정자(징역형 이상 형이나 치료·보호 감호 집행 종료일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사람)가 500명 정도 되는데, 이들에 대해 부착이 명령돼도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생긴다.
2008년 9월 전자장치부착법 시행 전 성폭력·미성년자 유괴·살인·강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도 소급해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할 수 있으나 소급 부착 명령의 시효에 ‘정지 규정’이 없는 탓이다. 이 법 부칙에는 ‘소급 부착 명령의 시효는 부착 명령 확정일부터 5년으로 하며 시효가 완성되면 집행을 면제한다’고만 돼 있다.
또 소급 부착 명령은 일반 부착 명령과 달리 판결이 아닌 결정이어서 확정일이 특정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형사소송법상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민형사 소송에서 각 3일, 7일 안에 제기하는 불복 신청)를 제외하고 언제든 항고할 수 있어서다. 당사자가 항고해 명령이 확정되지 않으면 시효가 시작되는 기산일을 특정할 수 없다.
김경진 의원은 이 같은 제도 운영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20일 여야 의원 9명과 함께 ‘전자장치부착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소급 부착 명령의 원인이 된 범죄와 그에 계속해 집행되는 다른 범죄의 형, 치료·보호 감호 기간에는 시효가 진행되지 않고, 소급 부착 명령의 시효 기산일을 명령 고지일로 하는 내용 등이 주요 골자다. 법이 개정되면 당장 63명에게 원래대로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다.
김경진 의원은 “범죄 피해자와 가족들은 교도소 출소 이후 가해자의 행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전자발찌 소급 부착 명령 시효의 정지 규정을 마련하면 범죄자 사후 관리와 범죄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