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7-12-26 15:58:42
기사수정 2017-12-26 15:58:41
식당·상점 연말에도 '텅텅'…마트 생필품 코너도 발길 끊겨
"떠난 사람, 유족 다 아는 사람들…일상 복귀 쉽지 않아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희생된 29명 가운데 마지막 4명의 영결식이 엄수돼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26일 충북 제천은 여전히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친지, 이웃이 황망하게 가버린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극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에 만 닷새라는 시간은 너무 짧은 듯 했다.
특수를 누렸던 성탄절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문을 걸어 잠갔던 상점들은 손님맞이는 고사하고 문을 여는 것조차 죄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용두동 스포츠센터 인근 번화가는 연말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노래방, 주점 등 유흥업소는 아예 엿새째 문을 걸어 닫았다. 인근의 대형마트도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이었다.
화재 현장 주변 골목은 아예 행인의 발길조차 끊겼다. 이 일대 골목은 참사 엿새째 접어든 이 날까지 메케한 그을음 냄새가 진동해 참혹했던 참사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4살 딸과 도넛 가게를 찾은 주민 정모(43·여)씨는 "주변에 아파트도 많고 대형 마트가 있어 평일도 사람이 북적였던 곳"이라며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불이 난 스포츠센터가 있는 용두동은 제천시 17개 읍·면·동 중 인구가 2번째로 많은 곳이다.
시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인구는 1만7천800여명이다.
불이 난 건물에서 약 30m 떨어진 한식집은 "화재로 돌아가신 모든 분의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문을 닫았다.
한 식당 주인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인데 슬픔에 잠긴 이웃을 옆에 두고 장사하기가 죄송스럽다"고 전했다.
이 식당 인근 카페도 '화재 참사 희생자의 애도를 표합니다'라는 문구를 내걸고 영업하지 않았다.
참사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양복점은 문은 열었지만,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점주 김모(32)씨는 "유례 없는 참사가 터졌는데 옷을 맞추려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평소에는 문의 전화가 하루 15∼20통 오는데 오늘은 단 한 통도 없었다"고 전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용두동은 10여년 전부터 아파트와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면서 번화가가 형성됐다"면서 "이번 참사를 겪으면서 용두동은 물론 도심 전체 상권이 얼어 붙었다"고 설명했다.
주민 강모(34)씨는 "슬픔에 빠져 모든 것이 멈춘 상태"라며 "하루빨리 슬픔을 이겨내고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화재로 목숨을 잃은 29명 가운데 4명의 발인이 엄수되면서 희생자 영결식이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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