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새해 특집] 어둠 삼키고 찾아온 새날… 희망으로 새 세상을 열자

오늘이 첫날이다

천양희

새해 아침
처음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떠오르는 첫해가 너무 환해서
내일부터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고
복 많이 받으라는 첫 인사가 너무 벅차서
해를 향해 가면
그림자는 늘 자신 뒤에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이란 걸림돌을 디딤돌 삼는 것
당신은 아시나요?
축복은 때때로 고통의 탈을 쓰고 찾아온다는 것

새해 첫날 첫 시간
새 물결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물결치는 물의 결이 너무 세차서
내일부터는 근심과 욕심을 잘라낼 것 같고
소원성취하라는 말 너무 따뜻해서
바람을 따라가면
새 길이 옛 길을 내려놓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또 아시나요?
희망은 뼈아픈 절망을 통해서 온다는 것

새해의 참 말을 무엇부터 시작할까요
밥이 법이란 말, 땀이 복이란 말
자연은 편애하지 않는다는 말, 부모의 사랑엔 빈, 부의 차가 없다는 말

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 두 손으로 받으며
내일부터는 웃는 것으로 약을 삼겠습니다

● 시인 천양희 약력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산문집 ‘시의 숲을 거닐다’ ‘직소포에 들다’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등.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

● 화가 임만혁 약력

1968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중앙대 대학원에서는 한국화를 전공했다. 색감이나 구도는 서양화적이지만 기법은 동양화 전통기법으로서, 목탄으로 드로잉 후 동양화 채색으로 색을 나타낸다. 고향 강릉 바다를 배경으로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가족 인물화를 주로 그린다.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 박준용청년문화예술상, 화랑미술제, 전남 국제 수묵프레 비엔날레, 시카고, 쾰른, 바젤, 베이징, 키아프, 멜버른 등 국제 아트페어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