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정의 원더풀 지중해] 지중해 푸른 바다와 하얀 도시의 조화…햇살 같은 사람들을 보았다

크루즈의 종착지 로마 치비타베키아 <끝>
성베드로 대성당 북쪽 측랑 제1 경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이탈리아 시칠리아 메시나를 떠나 마지막 기항지로 향하는 크루즈의 마지막 밤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다. 이탈리아 제노아항에서 출발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튀니지의 라굴레트, 몰타의 발레타,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와 메시나를 거치는 7박8일의 크루즈 항해는 이제 마지막 종착지인 로마 인근의 치비타베키아항을 향해 가고 있다.

선상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그동안 친해진 승객들과 아쉬움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하얀 도시들을 같이 걸으며 나눈 감동을 함께 되새겨 본다. 여행 중에 마주한 매력적인 도시들, 특히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튀니지와 몰타의 색다른 매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방문지마다 아름다운 풍경과 매혹적인 문화로 감동을 주었지만,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역시 지중해 그 자체였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수많은 인류 문명이 탄생하고 소멸했으며, 때로는 격돌하고 때로는 교류하면서 발전해 왔다. 고대 문명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지중해는 인류를 이해하는 중요한 무대로 자리하고 있다.

이탈리아 티볼리에 있는 이폴리토 데스테 추기경의 빌라 데스테. 1550년에 축조된 이 정원은 르네상스 건축술의 전형을 뽐내는 화려한 정원 분수로 유명하다. 물의 향연이라 불리는 이곳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빛에 반사된 나뭇잎들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다양한 역사와 문화뿐만 아니라 투명하게 쏟아지는 햇살, 푸른 바다와 하얗게 반짝이는 도시의 아름다운 풍광은 여행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 속을 살아가는 햇살 같은 사람들의 삶까지도 오래도록 기억에서 남을 여행을 만들어주었다.

마지막 저녁식사를 마친 후 객실에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짐을 저녁에 객실문 앞에 내어 놓으면 마지막 기항지에서 하선을 위한 준비는 마무리된다. 나머지는 선원들이 알아서 처리해 준다. 지중해 바다 위에 누워 창으로 쏟아지는 별빛을 감상하는 것으로 마지막 밤이 깊어간다.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뜨니 크루즈는 벌써 치비타베키아(Civitavecchia)에 도착했다. 로마 시대부터 있었던 이 항구의 이름은 ‘오래된 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고대로부터 지중해의 주요 항구로 성장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파괴와 복구가 반복됐다. 현재도 치비타베키아 항구는 중앙 이탈리아에서 사르데냐, 시칠리아, 몰타, 튀니스,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바다로 연결하는 기점이자 대륙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중요한 거점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항구는 지중해 주요 도시를 오가는 여객선과 화물선, 크루즈들로 북적인다.

종착지에서 마지막 아침식사를 간단히 마치고 그동안 친해진 선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제 7박8일 동안 정든 크루즈에서 하선할 시간이다. 비록 수개월씩 이어지는 세계일주 크루즈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정든 배를 떠나려니 지중해 위에서 맞이한 아름다운 밤들이 아른거린다. 바다 위에서 맞이하는 밤하늘은 크루즈 여행이 선사하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그 밤마다, 별마다, 모두 추억으로 가득 채울 수 있게 해준 크루즈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하며 뭍에 발을 디딘다. 커다란 짐과 함께 셔틀버스로 항구 밖까지 이동하고 다시 배가 떠있는 항구를 바라보니 드디어 크루즈 여행을 마쳤다는 것이 실감 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늦은 밤에 있다. 그동안 티볼리와 로마를 둘러볼 시간은 충분하다. 우선 로마로 이동하기 전 티볼리(Tivoli)로 향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1시간30분 정도 이동하니 1550년에 축조된 추기경 이폴리토 데스테의 빌라 데스테가 보인다. 빌라 데스테의 정원은 르네상스 건축술의 전형을 뽐내는 화려한 정원 분수로 유명하다. 르네상스 시대 정원의 걸작을 즐기듯 천천히 산책한다. 물의 향연이라 불리는 이곳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빛에 반사된 나뭇잎들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탈리아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 바티칸 대성당이라고도 부르는 로마의 주요 4대 성전 가운데 하나이자 바티칸의 가장 중요한 건축물로 바티칸 동남쪽에 있다.
티볼리에서의 짧은 일정을 뒤로하고 차량은 분주한 이탈리아 수도 로마 시내로 향한다. 로마는 라치오주 주도로 테베레 강 연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때 서양 문명을 대표하는 로마 제국의 수도였다. 로마 제국 멸망 후 로마가톨릭의 중심지로 바티칸 시국이 자리 잡고 있다. 가톨릭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꿈꾸는 여행지이다. 로마 시내를 둘러보기 전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침 오랜만에 찾은 한식이다. 지친 몸을 매콤한 순두부찌개가 깨운다. 멀리 이곳까지 와서 고향 음식을 맛보니 새롭다. 옆 테이블에서 건너오는 한국어는 정겹게 들린다. 그동안 이탈리아 친구들의 강한 억양과 높은 어조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들린다. 코스 요리가 아닌 우리네 음식의 한 상 차림을 마치고 수정과로 디저트를 대신했다. 더운 날씨 탓인지 향기가 진하게 올라와 음식 맛을 개운하게 덮는다.

성년(聖年)에만 열리는 성베드로 대성당 성년의 문.
오랜만의 한국식 식사를 마치고 경건한 마음으로 성베드로 대성당을 방문했다. 성베드로 대성당은 바티칸 대성당(Basilica Vaticana)이라고도 부르는 로마의 주요 4대 성전 가운데 하나이자 바티칸의 가장 중요한 건축물로 바티칸 동남쪽에 있다. 서기 67년, 순교한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로마 초대 주교인 교황 성베드로의 무덤 위에 건립됐다고 한다. 이 까닭에 예부터 교황이 선종하면 그 시신을 제대 아래에 안치해오고 있다. 성베드로 대성당은 일반 대중의 인식과는 달리 으뜸 교회는 아니다. 로마교구 대성당의 명예를 지닌 교회는 산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이다. 

성베드로 대성당은 종교성과 역사성, 예술성 때문에 세계적인 순례 장소로 유명하다.
테베레 강을 건너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를 둘러봤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유롭기보다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지만 누구나처럼 인증 샷이 필수인 곳이다. 로마에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발걸음을 옮겨 베네치아 광장과 콜로세움 사이에 위치한, 고대 로마 중심부의 유적지인 포룸 로마 눔으로 이동했다. 고대 로마 시절 수도 로마에 개설된 최초의 포룸이며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광장이다. 동쪽으로 더 나아가 콜로세움에 이르렀다. 로마 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원형경기장이지만 현재 로마를 대표하는 유명한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로마 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원형경기장에서 지금은 로마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한나절 주마간산으로 로마를 바쁘게 산책하고 카페에 앉아 이른 저녁으로 피자를 주문했다. 짧은 로마에서의 일정이었지만 나름대로 알찬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한다. 이렇게 지중해를 떠나온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