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1-04 19:08:05
기사수정 2018-01-04 21:53:52
文 “12·28 합의 내용·절차 모두 잘못 … 한 풀어드리지 못해” / “피해 당사자 뜻에 어긋나 죄송”…사실상 합의 파기 가능성 시사 / 강경화도 “모든 게 가능하다… 1차적으로 가족·단체와 소통” / 靑 ‘위안부 TF’ 후속조치 착수 / “日 외무성 ‘합의 변경 불가’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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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4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오찬을 마치고 참석한 할머니들을 향해 청와대 본관 앞에서 정중히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4일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한 오찬에서 “대통령으로서 지난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에도 전날 외교부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박근혜정부 때 이뤄졌던 협상 과정 및 이면합의 등의 부적절한 내용을 공개하자 관계부처에 후속조치를 지시하며 “대통령으로서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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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유를 빕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해 손을 잡고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후속 조치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위안부합의 파기 가능성과 관련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정부 입장을 정립해 나감에 있어 1차적으로 피해자들, 가족, 단체들과의 집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해서 스케줄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한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해야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또 “(피해)할머니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파기) 요구를 하시리라 생각도 되지만 정부로서는 중요한 이웃인 일본하고의 관계도 관리해야 한다”며 “상반된 요구 속에서 정부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게 어려움이지만 할머니들과 진정한 소통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1㎜도 움직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강 장관은 “외교부의 몫”이라고 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는 그동안 피해 당사자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향후 정부 입장 수립에 반영할 의견 수렴을 위해 직접 청와대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여덟 분을 초청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께서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오히려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 당사자에게 공식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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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할머니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용수 할머니(왼쪽)와 안점순 할머니가 손잡고 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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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오찬에 참석하는 곽예남 할머니를 청와대 본관 앞에서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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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오찬에 참석하는 박옥선 할머니와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청와대까지 경찰 경호하에 의전차량으로 국빈급 예우를 받으며 온 이용수·이옥선 할머니 등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 “우리의 소원은 사죄를 받는 것이다. 사죄를 못 받을까 봐 매일매일이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사죄를 받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건강악화로 입원한 김복동 할머니를 찾아 별도로 병문안까지 갔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한국 외교부에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 변경 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고 NHK가 전했다. 일본대사관 차석공사는 “한·일 양국 정부에 있어 합의의 착실한 실시야말로 중요하며, 이미 실시되고 있는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 관계는 관리불능이 되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성준·김예진 기자, 도쿄=우상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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