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구상'에 힘실은 트럼프…"대북 제재·압박은 계속"

"북미간 새로운 대화 시작 실마리 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남북 간 대화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환영 의사를 표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에 합의했다.

'핵 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맞선 "내 핵 버튼이 더 크고 강력하다"는 트윗으로 논란을 증폭시킨 뒤 내놓은 '반전 카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라는 대의명분을 고리로 남북 간에 이어 북미 간에도 해빙 국면이 조성되는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회담은 좋은 것"이라고 환영한 데 이어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동계올림픽기간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에 합의했다. 그는 가족을 포함한 고위 대표단 파견 입장을 재확인한 뒤 남북 대화와 관련해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달라. 미국은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핵 단추'로 위협하면서 한국에는 대화를 제안한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두고 한미 간 틈새를 벌리기 위한 '통남봉미'식 '이간책'이라는 의구심 속에 대화를 제안한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미국 내에서 적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 제안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N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막혀있던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마련함으로써 외교 해법이 작동하는 공간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2년 만에 남북 간 직접 대화가 재개하는 시점과 맞물린 트럼프 대통령의 연기 수용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고 외교가 작동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남북 간 뿐 아니라 핵·미사일을 놓고 모욕과 위협 언사를 주고받은 북미 간에 새로운 대화 시작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핵확산 반대지원 단체인 플로쉐어스펀드 대표인 조셉 시린시온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적대감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로 환영한다"며 "한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벼랑 끝에서 한발 물러나도록 설득해왔다"고 말했다.

CNN도 "남북 간이 대화 재개를 통해 외교적 돌파구를 모색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핵 단추 발언 이후 침착한 대응을 내놨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환영하면서도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앞세운 대북제재·압박 전략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대화 모드가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하는 결과를 빚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도 자신의 강경한 대북 스탠스가 남북 간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백악관은 특히 이날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을 발표하면서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전략을 지속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제임스 매티스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진짜 '올리브 가지'(화해의 손짓을 뜻하는 말)인지 모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 측이 우려하는 것은 대화 국면 속에서 대북제재에 대한 한미 공조에 혹시라도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라며 "긴밀한 협의를 통해 그런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