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국경장벽 초당적 합의를"… 법안처리 독려한 트럼프

여야 의원 20여명 백악관 초청 회동 / 19일 연방 예산 처리 시한 앞두고 / 셧다운 막기 위한 ‘패키지 딜’ 제안 / 두 사안 합의 땐 이민개혁도 논의 / 폭스뉴스·CNN방송 토론 생중계 / 언론 “‘화염과 분노’ 논란 불식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공화·민주 양당 의원 20여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주요 법안 통과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1시간 동안 양당 의원들과 가진 회동에서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개정, 포괄적 이민법 개혁,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비자 추첨제도 개선 등을 시급한 현안으로 제시했다. 미 언론은 불법체류 청소년 구제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함께 처리하자는 일종의 ‘패키지 딜’로 해석했다. 미 언론은 대부분 트럼프 정부가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으로 180억달러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보수매체인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공화당 측이 300억달러로 늘리는 증액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열변 토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공화·민주 양당 의원과의 회동에서 자신의 이민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의원,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원. 워싱턴=AP연합뉴스
국경장벽 건설과 다카 프로그램에 대한 양당의 합의가 이뤄지면 포괄적 이민개혁안도 논의될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명확한 입장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과 불법체류 청소년 구제에 대해 의회가 합의안을 도출하면 즉시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100만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의 신분 변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에게 “여러분이 더 나아가려면 열의를 지녀야 한다”며 자신의 삶은 열의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여야 의원을 백악관으로 불러 법안 처리를 독려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폭스뉴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2월 건강보험개혁법 처리를 위해 의회의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이래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동은 폭스뉴스와 CNN방송 등으로 생중계됐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양당 의원들이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 사안인 이민과 국경장벽 설치 문제를 두고 자유롭게 토론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의 토론 공개는 최근 출간된 ‘화염과 분노’와 관련해 주목받았다. 폭스뉴스는 “신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 문제와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이러한 의혹을 불식하는 방편으로 이번 회동이 언론에 공개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이달 19일이 기한인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상황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도 해석된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셧다운 발생으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반이민’ 기조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를 보였지만 정치권이 단시간에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도출할지는 미지수다. 여야가 공개 석상에서 합의에 도달하려는 자세를 연출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핵심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이민문호를 넓히는 것은 장기적으로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기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민문호를 넓히기 위해서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예산안을 증액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강하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9월 회동에서 이민개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진실 공방을 벌인 전례가 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